존 버트가 말했듯이, 연주란 ‘일부는 과거고, 일부는 미래이며, 일부는 막 완성된 신작으로 볼 수 있다.’* 바흐가 악보에 포함시킨 엄청난 분량의 디테일한 장식음은 그의 실제 연주 경험과 관련된 것으로, 그가 즉흥적으로 작곡하고, 다듬고, 그리고 최초의 단순한 첫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사용했던 다양한 전략들이 가장 훌륭한 방식으로 압축되어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일부 해설자들은 1729~1730년경 바흐가 의무적으로 교회 칸타타 작곡하는 데 환멸을 느껴서 다른 작품들을 작곡하며 창조적인 시간을 보냈으며 심지어는 신앙의 위기까지 맞이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1950년대 알프레드 뒤르와 게오르크 폰 다델젠이 수행했던 법의학 연구에 대해 반응하는 (혹은 과잉 반응) 한 유형이었다.

전통적인 바흐의 이미지 중 그가 수정한 부분에 따르면 ‘그는 보다 세상물정에 밝고, 더욱 인간적이며… 온몸으로
동시대와 엮여 있던 사람이다. 그는 전도유망한 미래의 트렌드를 환영했지만, 칸토르라는 전통적인 직업에 귀속된 뒤에는 온 힘을 다해 충실하게 일했다. 그는 두 시대 사이의 경계에 서서 사실을 직시하는 사람이었다.’ 이를 반박하기는 어렵다. 그가 주장한 ‘점차 깊어지던 교회의 편협함에 대한 칸토르의 저항’*도 잘못되었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칸타타 작곡이 위축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것 말고도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바흐는 1729~1730년 즈음에는 라이프치히 주요 교회에서 연주할 칸타타들을 충분히 작곡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라이프치히 지식층에 막 유입되기 시작하던 계몽주의부터 살펴봐야 한다. 이 사상은 훗날 도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던 정통 루터교와 순식간에 결합했다. 헤겔은 아마도
독일식 계몽주의가 ‘신학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던 것 같다. 이는 공연 예술에도 확실하게 적용됐다.* 바흐와 동시대 사람들은 예술에서도 도덕적, 종교적 혹은 합리적 의미를 분명하게 찾고자 했다. ‘아름다움’과 ‘숭고함’과 같은 미학적 개념이 예술적 개념과 과학 및 도덕적 개념으로부터 분리된 것은 이 세기의 후반부에 이르러서였다.

라이프치히에 정착하면서 바흐의 가치관은 프리드리히 에르하르트 니트*와 같은 음악가들의 ‘계몽된’ 표현 쪽으로 더욱 기울어졌다. 이들의 음악은 헌신과 교화뿐 아니라 미적 즐거움까지 아우르고 있었다.

요한 리스트의
찬송가는 신도들에게 매우 익숙한 선율이었지만, 바흐는 그 선율을 참신하고도 충격적으로 다룬다. BWV 21이 이전 해 신앙의 힘으로 영원을 열망하는 비전을 보여줬다면, BWV 20은 평안보다는 공포, 고문과 고통의 영원의 가망성을 냉담하게 메시지로 담고 있다. 이는 인간에게 자신의 영혼을 구원하라는 촉구다. 구원을 향한 유일한 길은 죄를 짓지 않는 것이다.

바흐의 자필 악보에 남아 있는 수정 흔적에서는 서로 연결고리가 없는 구조와 그들을 어떻게든 화해시켜보고자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충돌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 모든 일들은 촌각을 다투는 가운데 발생했다. 이처럼 곤란한 문제가 생긴 까닭은 음악이 이전 해보다도 훨씬 복잡하고 난해해졌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능력의 절정에 오른 위대한 작곡가를 만나게 된다. 그는 매주 스스로 선택한 도전을 마주했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형식과
접근, 각 테마의 근간이 되는 음색, 자기 앞에 놓인 가사에서 떠오르는 각각의 상징과 은유를 적용시켰다. 작업의 규모와 속도도 그의 기교를 발전시키는 데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바흐는 루터의 찬송가가 오랜 전통의 프리기아 선율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선율은 다른 방식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구식 모테트 스타일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우주 전체가 신의 풍요로운 창조를 기념한다는 아이디어는 구상 능력이 뛰어난 작곡가 바흐에게 선물로 다가왔다. 이 아이디어로 그는 무한성의 의미를 숙고해서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세시대에는 대체로 거론되지 않았던 이 무한성이란 개념은 우주를 그 자체로 인식하고, ‘자연과 은총이 인류 전체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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