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인물들은 내적 욕망이 만드는 논리에 따라서 행동하고, <왕좌의 게임> 외에 어떤 쇼도 포착하지 못하는 묘한 현실감을 띤다. 판타지이면서도 인간사회의 정치학을 가장 극명하게 묘사하고, 숭고하든 비천하는 인물의 특성은 인간성격의 단면을 보여준다. 여기에 삶의 시시한 희극과 거대한 비극이 동시에 공존한다. 대표적으로 8화 "조수의 영주" 편에서 이제 늙고 쇠잔하여 죽음을 앞둔 비세리스가 사랑하는 딸 라에니라를 지지하기 위해 힘겹게 철왕좌로 걸음을 떼는 장면이 그렇다. 그의행진은 우스꽝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거기에는 비극적 엄숙함이 있다. 이런 장면들이 모여서 <하우스 오브 드래곤>을 만든다. - P16
여름철 과일은 폭우에 대비해 수확 시기를 당겨 맛이 들지 않고, 바람과구름만 봐도 날씨를 예측해온 어르신들의 지혜도 기후 패턴이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타격이 큰 이들은 바로 무가온 비닐하우스 하나 없이 노지에서 농사짓는 이들 기후의 영향은비단 기온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날씨가 바뀐다는 건작물의 생리가 바뀌는 일이고, 벌레가 달라지는 일이며, 공기와 땅이 바뀌는 일이다. 30년 넘게 노지 농사를 지어온 한 농민은 "기후가 바뀌는 동안 노지에서 기르던 콩마늘, 양파 농사를 접어야 했는데, 올해 폭우를 겪으며 고추마저 접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라고 했다. - P21
심지어는 ‘흙 없이 깨끗한 농산물‘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워 판매하고 있다. 언제부터 흙이 더러운 존재가 된 걸까. 일부 엽채류는 흙없이 키울 수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작물은 토양에 뿌리를 뻗고 살아간다. 흙은 농산물을 키워내는 동시에 곤충과 미생물이 사는 터전이다. 그들은 생태계의 분해자와 작물의 매개자가 되어 다시 작물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내고 작물의 생장과 수정을 돕는다. 모든 자연을 차단한 채 물과 필수영양소만 공급하면 작물을 키워낼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의 오만이다. - P22
기록의 과정을 지켜보니 그들에게 동네에 대한 애정을 넘어선 또 다른 의미가 생겼을지 궁금해졌다. 둔촌주공아파트를 기록한 분이 말했듯, 반포주공아파트라는 곳이단순히 어린 시절을 보낸 살았던 공간이 아니라 ‘고향의로 인식되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들은 또다른 정의를 내렸을까? 분명 아파트 단지인데 ‘동네‘라고표현된 문장을 보면서, 중요한 건 물리적 형태가 아니라는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기록의 대상은 아파트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파트를 통해 느낀 사계절의 변화, 주변 환경, 사람들, 풍경, 자연과 같이 다양한요소들이 전하는 기억과 감정을 함께 포함한 것이었다. 주택의 기록, 아파트의 기록이라고 별도로 구분하는 행위가무의미한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사라지는 무언가를기록하는 일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P48
이에 대해서는 마블과 DC의 상황이 묘하게 같으면서도 다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쉽게 망가지지 않고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존재하는 것들의절반을 날려버리려 시도했던 타노스가 굳건하게 버티고있었기 때문이다. 꺾어야 할 절대적 존재야말로 히어로의존재 이유니까. 타노스가 부재한 지금의 MCU 상황을 보자, 히어로들이 멀티버스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게 모두 반드시 꺾어야 할 절대적 존재, 매력적인 빌런이없어서다. - P55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블랙 아담>은 <조커>의 리얼리티 전략을 취하고 있는 영화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장르적으로 한데 섞이기 어려워 보이는 DCEU의 여러 캐릭터들, 즉 ‘저스티스 리그‘와 ‘수어사이드 스쿼드‘라는 다소 이질적인 팀의 접목을 꾀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 P56
돈의 개념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생각하는가? 부유층은 개인 소유 자산으로 사회를 장악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부유한 개인이 존재하려면, 교통 네트워크와 교육체계, 의료복지시설, 법치주의 등을 포함한 사회기반시설이 필요하다. 법이 없다면재산도 존재할 수 없다. 재산은 자연스럽게 쌓을 수 있는것이 아니다. 법의 통치에 따라 존재한다. 부의 축적에 필요한 기반 시설은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책임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 P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