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위기 동안 동유럽과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정부에도 해주지 않았던 양보를 그리스 극좌파 정부에 해준다면 그 결과로 돌아올 건 재앙뿐이었다. 그리스 국민들이 처한 비참한 상황은 유로존의 더 광범위한 경제적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이 싸움은 독일 정부의 보수적 글로벌리스트들이 생각하는 대로 더 광범위한 정치적 원칙과 권위에 대한 문제이며 장기적인 경제적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되어야 했다.
만일 그리스가 이 채권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지급불이행을 선언한다면 유럽중앙은행은 심각한 손실을 입을 것이며 채권 매입에 대한 위험성이 강조되고 또 어떤 식으로든 독일 우파들이 양적완화 조치의 적법성에 대한 의문을 다시 재기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유로존 위기의 결과로 한 국가의 경제정책은 국제적인 합의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유로그룹 입장에서 그리스 채무 관련 협약은 하나의 기준점이었고 그리스 정부의 입장과는 전혀 상관없이 협약은 지켜져야만 했다. 협약 자체는 변동이 없었지만 신경전이 시작되었고 야니스 바루파키스와 네덜란드의 예룬 데이셀블룸이 거의 주먹다짐까지 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재정승수(fiscal multiplier)와 같은 문제에는 IMF도 좀 더 "진보적인" 관점을 갖고 있었지만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오랜 관습을 고수했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리스는 노동시장 규제를 철폐하고 사업 인허가 제한을 풀어주어야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자세하고 철저한 "공급자 중심의 개혁"이 필요했다. 또한 그리스 정부는 민영화 과정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었다. 이런 조치들을 실행하는 건 어느 정부나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시리자 같은 좌파들의 연합체로서는 정치적인 자살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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