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
이기숙 옮김, 나주리 해제 / 마티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흐의 칸타타는 그의 여타 장르의 작품들, 특히 기악 작품들에 비해 더 강력하게 당대에 속해 있다. 300여 년 전 독일 루터파 교회의 예배와 전통, 바로크 궁정의 음악문화에 깊이 발을 딛고 있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양적, 질적으로 중요한 영역을 이루는 교회 칸타타는 수년 동안 중단되기를 반복하면서 세 시기에 중점적으로 작곡되었다. 성실한 직업음악가이자 교회음악가의 교회 칸타타는 그의 창작전체에서 어느 모로 보나 특별하고 월등한 위상을 점한다. 바흐 작품 번호(Bach-Werke-Verzeichnis : BWV)가 교회 칸타타로 시작하는 이유다. _ 이기숙, 나주리,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 , p55


 이기숙, 나주리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 J.S. Bach Die Kantaten>은 제목 그대로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 ~ 1750)의 교회 칸타타 작품 전반에 대한 설명과 곡들의 가사를 번역한 책이다. 기독교 전례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성탄절, 사순절 등 교회 전례력에 맞춰 정리된 목차를 통해 개별 작품들이 1년의 교회력 안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곡의 분위기와 흐름을 어느정도 짐작하게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를 통해서 개신교 교회 음악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많아 큰 도움이 되었다. 바흐의 교회 칸타타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가톨릭의 미사곡이라 여겨지는데, 개신교 예배와 가톨릭 미사 전례 특성이 곡의 형식과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칸타타 해설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가톨릭 미사의 특징은 재현((Mimesis)이라 생각다. 말씀의 전례, 성찬의 전례로 이어지는 예식의 큰 흐름은 과거 사실의 반복이며, 반복을 통한 확인, 성찰과 다짐의 방향으로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제의, 제기 등이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며 예식을 하나의 극(劇)으로 만든다. 마치 오페라(opera)와 같이 진행되는 시각, 청각적인 효과 속에서 미사곡들은 큰 흐름을 진행하기 위한 것으로 자비송(Kyrie), 대영광송(Gloria) 등의 곡들은 전례라는 전체에 대해 부분으로 기능한다. 반면, 바흐의 칸타타는 이와는 다른 곡이 표현하는 세계가 있다.


바흐의 칸타타들이 내재하는 세계는 우리의 세계와 다른 것, 이질적인 것이다. 바흐의 칸타타들이 울리며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할 때에도 여전히 그것들은 우리에게 낯선 세상에 속해 있다. 그 낯선 세상이란 300여 년 전 독일 루터파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예배이고 전통이다. _ 이기숙, 나주리,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 , p19

 

 가톨릭 전례에 익숙한 이들에게 바흐의 칸타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코로스를 떠올리게 하는 코랄(Choral), 아리아(Aria), 레치타티보(Recitativo)는 가톨릭 미사 전례의 주제를 하나의 곡(曲)안에 담아낸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미사는 사제에 의해 주도되는 현재 안에서 반복되는 과거 사실이라면, 칸타타의 세계는 관념적이고 텍스트적이면서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코로스의 역할처럼, 신도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전례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해설 속에서 이런 느낌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


 오페라와 달리 칸타타는 흔히 관조적이거나 성찰적인 주제를 취하므로, 칸타타의 레치타티보는 특정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문제, 감정에 대해 설명하는 가사로 확대되곤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이나 문제, 감정은 일반적으로 레치타티보의 뒤를 잇는 아리아에 의해 해석되거나 심화된다. 아리오소는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중간 즈음에 놓인 것으로 아리아보다 레치타티보에 가까울 때가 더 많다. 바흐의 교회 칸타타는 (루터교 '찬송가'인) 코랄로 끝을 맺는 경우가 잦은데, 코랄은 흔히 신도들을 상징한다. 그렇게 신도들은 코랄을 통해 가사의 상황에 동참하게 된다. _ 이기숙, 나주리,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 , p18


 해설을 통해 신교 분리 이후 성경으로, 그리고 말씀으로 돌아가라는 루터(Martin Luther, 1483 ~ 1546)의 방침은 전례에도 반영되었고, 설교를 보완하기 위한 음악적 도구로서 칸타타는 그 형식이 발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흐는 이러한 교회의 방침에 맞는 곡을 만들면서도, 전례가 지나치게 엄숙해지거나 지루해지지 않도록 칸타타의 형식 내에서 보다 풍부한 음악적 효과를 담아내기 위해 종합예술인 오페라적인 요소를 가져왔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칸타타를 듣는다면 단순한 찬송가 이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의 의의를 여기서 찾고 싶다.


 루터파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예배에서 중심이 되었던 것은 성경의 하나님 말씀을 공포하는 설교였다. 설교를 가장 위대한 예비(하나님을 섬기는 일)로 여긴 루터(Martin Luther, 1483 - 1546)의 믿음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설교는 한 시간가량 행해졌고, 칸타타는 설교 전에, 그러니까 복음서 봉독과 신앙고백 사이에서 연주되며 설교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했다. 칸타타는 다채로운 음악적 표현을 통해 봉독된 성경 구절을 풀이하거나 강조함으로써 신도들이 경건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또 무엇보다 설교를 듣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이다. 이렇게 일요일 예배와 축일 예배에서 칸타타는 확고한 자리와 역할을 차지하고 있었다. _ 이기숙, 나주리,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 , p19


 이처럼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는 바흐의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보다 친숙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풍부한 설명을 통해 독자들, 청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본문에는 모든 칸타타 곡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이를 감상하는 것은 각자의 몫으로 돌리기로 하고, 이 중에서 한 곡의 영상과 해석을 소개하는 것으로 리뷰를 갈무리한다...



 BWV 111 Was mein Gott will, das g'scheh allzeit 

 내 하나님의 뜻대로 늘 이루어지기 원하네


1. Coro 합창(코랄)


Was mein Gott will, das g'scheh allzeit,

Sein Will, der ist der beste;

Zu helfen den'n er ist bereit,

Die an ihn glauben feste.

Er hilft aus Not, der fromme Gott,

Und zuchtiget mit Maßen:

Wer Gott vertraut, fest auf ihn baut,

Den will er nicht verlassen.


내 하나님의 뜻대로 늘 이루어지기 원하네

그의 뜻이 최선이라네.

굳게 하나님을 믿는 이들을

그는 늘 도우시려 하네.

거룩한 하나님, 그는 고통에 처한 우리를 도우시고

온화하게 우리를 꾸짖으시네.

하나님을 믿고 굳게 의지하는 사람을

그는 버리지 않으시네.


 2. Aria B 아리아 : 베이스


Entsetze dich, mein Herze, nicht,

Gott ist dein Trost und Zuversicht

Und deiner Seele Leben.

    Ja, was sein weiser Rat bedacht,

    Dem kann die Welt und Menschenmacht

    Unmoglich widerstreben.


놀라지 마라, 내 마음이여

하나님은 너의 위로요 확신이고

네 영혼의 생명이로다.

   그의 지혜로운 충고가 결정하는 것에

   세상과 인간의 힘은

   맞서지 못하리라.


3. Recitativo A 레치타티보 : 알토


O Torichter! der sich von Gott entzieht

Und wie ein Jonas dort

Vor Gottes Angesichte flieht;

Auch unser Denken ist ihm offenbar,

Und unsers Hauptes Haar

Hat er gezahlet.

Wohl dem, der diesen Schutz erwahlet

Im glaubigen Vertrauen,

Auf dessen Schluss und Wort

Mit Hoffnung und Geduld zu schauen.


오, 어리석은 자여!  하나님을 멀리하는 자

그 옛날 요나처럼

하나님의 면전에서 달아나는 자.

그분은 우리의 생각도 훤히 아시고

우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셨도다.

행복하여라, 그의 보호하심을 택한 자

희망과 인내로 

그의 뜻과 말씀을 우러러보려는 

신실한 믿음을 가진자.


4. Aria (Duetto) A T 아리아(이중창) : 알토, 테너


So geh ich mit beherzten Schritten,

Auch wenn mich Gott zum Grabe fuhrt.

    Gott hat die Tage aufgeschrieben,

    So wird, wenn seine Hand mich ruhrt,

    Des Todes Bitterkeit vertrieben.


나는 담대한 발걸음으로 걷네

비록 하나님이 나를 무덤으로 이끌어도,

   그가 나의 모든 날을 세셨으니

   그의 손이 내게 닿을 때

   죽음의 고통은 내쫓기리라.


5. Recitativo S 레치타티보 : 소프라노


Drum wenn der Tod zuletzt den Geist

Noch mit Gewalt aus seinem Korper reißt,

So nimm ihn, Gott, in treue Vaterhande!

Wenn Teufel, Tod und Sunde mich bekriegt

Und meine Sterbekissen

Ein Kampfplatz werden mussen,

So hilf, damit in dir mein Glaube siegt!

O seliges, gewunschtes Ende!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이

내 몸에서 억지로 영혼을 꺼낼 때

하나님, 그것을 아버지 당신의 신실한 손으로 받아주소서!

악마와 죽음과 죄악이 나를 공격하고

내 임종의 베개가

전쟁터가 될 때

나를 도와 내 믿음이 당신 안에서 승리하게 하소서!

오 내가 소망하는 복된 종말이여!


6. Choral 코랄


Noch eins, Herr, will ich bitten dich,

Du wirst mir's nicht versagen:

Wenn mich der bose Geist anficht,

Lass mich doch nicht verzagen.

Hilf, steur und wehr, ach Gott, mein Herr,

Zu Ehren deinem Namen.

Wer das begehrt, dem wird's gewahrt;

Drauf sprech ich frohlich: Amen.


주님, 또 하나 간청하오니

나를 모른다 하지 않으시겠지요?

악한 영이 나를 시험할 때

내가 절망하지 않게 하소서.

하나님, 나의 주님, 나를 돕고 이끌고 막아주소서.

당신의 이름에 영광이 되도록

이를 간절히 바라는 자에게 그대로 주어지리니

내가 기쁘게 말하나이다. 아멘. _ 이기숙, 나주리,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 , p251

음악의 측면에서 보자면, 바흐의 바이마르 칸타타들은 당대 이탈리아 오페라에 가까이 다가서 있다. 이탈리아 오페라 풍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교회 칸타타가 이렇게 세속음악을 좇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루터는 예배 형식의 유연성과 시대성을 중요하게 여겼고 이는 칸타타에도 유효했으니, 당대의 음악을 주도한 오페라, 그리고 그 오페라의 유행을 따르는 것은 루터교 예배에서 금지될 일이 아니었다. - P27

바흐가 살았던 18세기 전반기, 오페라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는 이미 한 세기의 발전 과정을 거친 뒤였다. 레치타티보는 이제 사건의 전개를 진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또 아리아는 사건 진행 중에 야기되는 분노, 증오, 슬픔, 사랑 등의 감정을 섬세하게 음악으로 옮겨 청자의 공감을 얻어내며 오페라에서 견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 P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