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저 믿을 뿐이었다. 이 세상에서 최선의 행복은 툰더텐트론크 남작으로 태어나는 것이고, 제2의 행복은 퀴네공드 양으로 태어나는 것이며, 제3의 행복은 그녀를 매일 볼 수 있는 것이고, 제4의 행복은 지방에서 가장 훌륭한, 따라서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철학자인 팡글로스 선생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퀴네공드는 과학적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에 숨죽이고 실험을 지켜보았다. 여러 번 반복된 실험을 관찰한 덕택에 그녀는 박사의 충족 이유(充足 理由)와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녀는 매우 동요되었다. 그녀 자신도 팡글로스처럼 학자가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녀 자신은 캉디드의 충족 이유가 될 수 있고, 캉디드 또한 그녀의 충족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팡글로스는 형이상학적, 신학적 우주론을 강의하였다. 그는 다음 같은 사실을 멋지게 증명해 보였다. 즉 원인 없는 결과란 없으며, 우리의 세계는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며, 남작 각하의 성은 이 세계의 성 중에서 가장 멋진 성이며, 남작 부인은 가장 좋은 남작 부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쉽게 증명됩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목적을 가지고 있고, 그 목적이란 가장 좋은 목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일례로 코는 안경을 얹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래서 우리는 안경을 씁니다. 다리는 양말을 신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래서 우리는 양말을 신습니다. 돌은 원래 성을 짓는 석재로 쓰이기 위해 생성되었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지요. 모든 것은 최선의 결과를 향한 필연적 과정으로 얽혀 있습니다. 저는 필연적으로 퀴네공드 양의 집에서 쫓겨나야 했고, 몽둥이찜질을 당해야 했으며, 또 돈을 벌 때까지 구걸을 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필연입니다.」

이 말에 팡글로스는 한결 더 공손하게 대답했다.
「각하, 외람된 말씀이오나 인간의 타락과 저주는 최선의 세계에 필연적으로 들어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자 포리가 말했다.
「그럼 선생은 자유 의지를 믿지 않으시는 겁니까?」 「외람된 말씀이오나 자유 의지는 절대적 필연과 일치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자유로운 것은 그것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의지란…….」

팡글로스가 여기까지 얘기하였을 때 포리는 〈포르토〉인지 〈오포르토〉인지 하는 포도주를 따르고 있는 호위무사에게 고갯짓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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