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흑자와 1994~1998년에 발생한 경제위기가 반복되는 것을 스스로 막아내겠다는 의지 때문에 이런 신흥시장국가들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정리해 사용할 수 있는 준비 자산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여기에 가장 적합한 자산이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장단기 채권이었다.

신흥시장국가들의 투자자는 먼저 미국 재무부 채권을 사들였고 그다음에는 GSE에서 발행한 기관 채권을 사들였다. 그러자 다른 기관 투자가들은 그 밖의 다른 대안을 찾기도 했는데,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 바로 금융공학이었다. 예컨대 연금기금과 생명보험사, 그리고 수익 좋은 기업들이 쌓아놓은 막대한 액수의 현금을 관리하는 전문 관리자나 개인 갑부들이 안전자산을 찾고 있을 때 나타난 AAA등급의 증권은 파생상품의 합성 방법을 알고 있는 미국의 모기지 기관들이 만들어낸 상품이었다.

2000년대 초반 일어났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호황이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진 것은 증권화와 관련해서 내세운 논리와는 다르게 수천억 개에 달하는 민간 발행 MBS가 금융시스템 밖으로 퍼져나가지 않고 모기지 상품 판매자와 모기지 상품을 증권으로 만들었던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에 그대로 쌓여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컨트리와이드와 같은 신흥 모기지 업체들에 예금자들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실제로 충분한 예치금을 확보하지 못한 리먼브라더스는 결국 다른 곳에 모인 현금을 빌려다가 자금을 조달했으며 다른 신규 사업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했다. 이것이 금융위기의 핵심에 자리하던 진짜로 치명적인 작동 구조였다. 화폐시장에 모였던 현금이 대차대조표에 다량의 MBS를 보유할 수 있는 자금으로 융통되었던 것이다.

이런 일종의 먹이사슬을 통해 전달되는 내용은 간단했다. 모기지 채무는 더욱 늘어갈 것이며, 상품의 질이 떨어질수록 수익은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른바 독립 사건 확률의 마법(the magic of independent probabilities)에 따라, 분할과 통합 과정을 되풀이하는 대출상품의 품질이 떨어질수록 효과는 더 극적이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아시아와 미국의 경우 돈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갔고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금융시스템 안에서는 자금이 양방향으로 흘러 미국으로 유입되기도 또 유출되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시장 중심의 은행 업무 모델의 논리다.

바젤 II도 이론적으로는 8퍼센트의 자기자본비율 유지를 요구했지만 일단 거대 은행들은 자체적인 위험가중치 모형을 적용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규모의 대차대조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바젤 I이 적용될 경우 모기지 자산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되었으며 필요 자본 계산을 위한 위험가중치는 오직 50퍼센트가 적용되었다. 바젤 II는 부동산 호황을 가라앉히기 위해 이런 규제들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기지 자산의 "자본가중치(capital weight)"를 35퍼센트로 줄여서 고수익의 MBS 보유를 훨씬 더 매력적인 사업으로 만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