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독일의 탈원전 정책이 마침표를 찍는 해였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2011년, 메르켈 정부는 숙고끝에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결정했다. 세계가 주목한 이 계획은 단계적으로 큰 차질 없이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여론이 흔들렸다. 지난 8월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분의 3이 원전 수명 연장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슈피겔>은 "옥토버페스트와 함께 독일정체성의 일부였던 반핵 운동이 잠잠해지고 있다"라고 썼다.
여기서 환기할 것이 있다. 독일 에너지 위기의 본질이 ‘러시아산 가스 위기‘라는 점이다. 가스의 단기적 대체재로 원전이 대두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일부여론처럼 이를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정책의 실패로 규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 P14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당초 65%에서 80%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현재발전 비중의 두 배 가까운 목표치다. ‘기후 총리‘로 불리던 메르켈 시절보다 더 급진적인 정책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도 목표는 하향되지 않았다. 지난 4월에는 이른바 ‘부활절 패키지‘를 통해 풍력·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더욱 높이기로 했다. 특히 연방정부는 2032년까지 전체 국토의2%를 풍력발전단지로 만들기로 하고,
각 주정부에 이를 할당했다. 지방분권 시스템을 갖춘 독일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강력한 조치다. - P15

한국에선 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비싸다고여겨진다. 독일에서는 어떻게 재생에너지가지금처럼 싸졌을까.
재생에너지 확대가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전기료를 올린 건 사실이다. 그러나기술 발전으로 지금은 매우 저렴하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태양광,
풍력 등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는 kWh당2유로센트 이하로도 전기를 생산할 수있다. 건설 기간이 오래 걸리는 신규 원전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다. 천연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이미 경제성을 상실했다.  - P17

현 정부는 삼성과 정반대 방향을 걷고 있다. 원전 확대와 재생에너지 축소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두고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했다"라고 표현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8월30일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윤석열 정부의 방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번 계획에서는 2030년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 비중을 32.8%로 끌어올리고재생에너지는 21.5%로 낮췄다. - P19

그러나 농촌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작물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농촌에서는 밭농사보다 논농사가 낫기 때문이다. 농림부에서 발표한
‘농업기계 보유 현황‘ 통계에 따르면2020년 벼농사 기계화율은 98.6%에 달하는 데 비해 밭농사 기계화율은 61.9%에 불과하다. 게다가 농민 입장에서는 품종을 넘어 작물 자체를 바꾸기로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써오던 비료나농기계 같은 밑천은 물론이고 재배법이나 병충해 예방법 등 자신이 오랜 시간을들여 축적해온 노하우까지 모두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망설이는 농가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마저 안정적이지 못하다.  - P31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하지 않다.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을 넘어서, 다가오는 식량 위기 시대에대한민국 사회가 주식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한 국가가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흔히 언급되는 식량자급률은 1999년 54.2%에서2019년 45.8%로 하락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중쌀 자급률은92.1%로 유일하게 국내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준이다. - P32

전문가들은 미국 마약단속국(DEA)같은 제3의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에 입을 모은다. 수사권 조정 이후 마약 수사Q 현장은 검찰과 경찰의 실적 경쟁으로 유지되고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법조계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검경이) 서로정보 공유를 안 한다. 수사 협조자를 활용한 검거 작전 도중인데 이 사실을 모르는다른 기관에서 협조자를 검거하는 경우도 있다. 단일한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 이 새로운 컨트롤타워의 덕목은 ‘단일함‘만이 아니다. 검찰이 수사를 총괄하던 때로 회귀하자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안이다. 여타 수사 당국의 견제를 받고 예방과 치료까지 담당하는 새로운 기구를뜻한다. - P35

비오르크 교수는 스웨덴이 집단면역을 추구했다는 인식은 오해라고 말했다.
"스웨덴 전략의 핵심은 강제적인 지침이아니라 권고와 권유를 중심에 둔다는 것이었다. 봉쇄처럼 강제성을 띤 극단적 방식은 단기간에는 효과를 보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 증세가 있으면 집에 머물러주세요‘ ‘70세 이상 고령층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니 사회활동을 줄여주세요‘ 같은 권고 사항을 지속적으로 알렸고 시민들의 자발성을 기대했다. 성공한 면도, 실패한 면도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사회적 신뢰에기반을 둔 전략이었다."
팬데믹 1년 차였던 2020년 유럽 평균보다 나빴던 스웨덴의 코로나19 방역 지표는 2021년을 지나 개선되었다.  - P47

자녀돌봄휴가(VAB)‘ 제도가 있다고들었다. 코로나19에 걸려서 아이가 학교에가지 못하면 부모도 출근하지 않는다고하던데.
그 제도는 1970년대부터 운영되었다.
50년 가까이 그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스웨덴에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아이가 기침을 하거나 감기나 독감증세를 보이면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아이가 등교하지 않는 동안 부모도 집에 머물면서 아이를 돌본다. 그 기간에는 자녀돌봄휴가를 통해서 정부로부터 임금이 보장된다.(원 임금의 80% 수준). - P53

2010년대의 히잡 반대 시위는 이벤트적이고, 다소 상징적·소극적 성격이었다.
반면 이번 지나의 죽음이 촉발한 히잡 반대 시위는 차원이 달라졌다. 스스로 머리를 싹둑싹둑 잘라내는 ‘단발 투쟁‘, 히잡불태우기 등 좀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이며, 거칠고 직설적이다. 무엇보다 과거의히잡 반대 활동가들이 ‘셀럽화‘하면서 대중운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면, 이번 히잡 반대 시위는 셀럽과 소영웅주의 대신거칠게 분노한 대중운동으로 나아가고있다. 거리에는 히잡을 두른 여성들도 대거 동참 중인데, 국가가 개인의 신체와 표현 수단을 통제하고 처벌하는 제도를 거부하는 대의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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