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참과 거짓이 있고, 우리에겐 그것을 탐구할 능력은 있지만 그것들을 판정할 시금석 같은 것은 없다고. 따지고 들 것 없이 세상의 질서가 이끄는 대로 자신을 맡겨 두는 편이 우리에겐 더 낫다. 편견에서 벗어난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평정을 향해 놀라운 진전을 이룬 것이다.

인간 조건의 골칫거리는 흔히 우리 생각에 가장 진실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우리 삶에 가장 유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장 대담한 학파들, 에피쿠로스파, 퓌론파, 신아카데미아파도 종국에는 국가의 법에 허리를 굽히지 않을 수 없다.

멸할 인간의 모든 만족은 멸할 수밖에 없다. 저승에서 부모, 자식, 친구들을 알아보고, 그것이 우리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저승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그런 기쁨에 집착한다면 우리는 지상적이고 유한한 즐거움 속에 있는 것이다. 저 지고하고 거룩한 약속들을 어떻게든 상상해 볼 수는 있더라도, 그 위대성에 합당하게 생각할 수는 없다.

그것을 정하는 것은 재판관이고, 재판관은 자기가 명하는 고통만을 형벌로 친다. 벌받을 자가 제 마음대로 집행하는 형을 재판관이 벌에 속한다고 여길 리 없다. 신의 보복은 그의 정의와 우리의 고통, 그 모두에 우리가 동의하지 않아야만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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