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옷이 없어서 살해된 자가 있다지만, 갑옷의 무게에 눌려 옴짝달싹 못하거나, 반동으로 튕겨지거나 다른 이유로 상처를 입고 부러지는 등 불편한 갑옷 때문에 죽는 자도 그보다 적지 않다. 사실 우리 갑옷의 무게와 두께로 보건대 우리는 방어할 생각밖엔 없는 것 같고, 그것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다기보다 짐을 지고 있다는 편이 옳다.

이 책이 싫증 나면 다른 책을 집는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지루해지기 시작할 때만 거기에 몰두한다. 새로 나온 책들에는 별로 매달리지 않는다. 옛날 책들이 내용이 더 풍부하고 힘찬 것 같아서이다.

비밀 행동은 감출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이 다 아는 일이나, 공적으로 그만큼 중대한 결과를 가져온 일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결함이다.

물론 사물들을 보다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너무 비싼 값을 치르고 싶지는 않다. 내 계획은 남은 생애를 기분 좋게, 힘들지 않게 넘기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도, 설령 학문을 위해서라도 머리를 쥐어짜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가치 있는 것이라도 말이다. 나는 책에서 소박한 재미를 느끼며 즐겁게 몰두하는 것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