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드는 캄브리아기의 바다에 살았던 수많은 생명체 중에서 그렇게도 많은 생명체가 사라지고 우리의 혈통이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유전자가 나빠서가 아니라, 그저 운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나쁘게 말하면 우연성은 결정론의 대안이라기보다는 부정직한 결정론이라 할 수 있다. 진화적 발달의 한 혈통을 전멸시켜버린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 거의 대부분의 혈통은 사라지고 오직 한 종류의 혈통만이 엄격하게 결정된 경로를 따르게 되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점진적이고 훨씬 많은 적응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는 진화보다는 자신의 이론인 단속평형설punctuated equilibrium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갑작스럽게 도약적으로 일어나는 진화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진화evolution보다는 혁명revolution을 원했다. 두 번째 이유는 그가 진화를 ‘존재의 대사슬’로 바라보는 개념을 영구히 지우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존재의 대사슬이라는 관점에서는 진화를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 단계적으로 밟아 올라가는 결정론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으로 바라본다

역사는 고정된 선로의 기차보다는 러시아워에 추월차선과 출구차선을 이리저리 오가며 주행하는 차들에 비유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전반적인 교통 흐름은 도로 위에서 발생한 접촉 사고나 충돌 사고의 영향을 받는다. 여러 차선의 운전자들이 거기에 맞춰 적응할 테지만 모든 차선 운전자들이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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