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경제발전은 아시아와 서구 특히 미국과의 세력균형에 변화를 낳고 있다. 경제발전은 그것을 성취하고 거기서 이득을 보는 주체에게 자신감과 자긍심을 준다. 경제력 또한 무력처럼 도덕적, 문화적 우위의 표현, 미덕의 증거로 간주된다.

강력한 사회는 보편화하며 허약한 사회는 특수화한다. 동아시아의 점증하는 자신감이 서구에 비견할 만한 아시아의 새로운 보편성을 낳았다. "아시아의 가치는 보편의 가치이며 유럽의 가치는 유럽의 가치다"라고 1996년 마하티르 총리는 유럽 정상들에게 선언했다.16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한때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이 아시아를 묘사했던 방식처럼 획일적이며 부정적으로 서구를 묘사하는 아시아의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이 나타나고 있다. 동아시아인에게 경제적 번영은 도덕적 우위를 의미한다.

아시아가 경제발전을 배경으로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가는 반면 이슬람 국가 대부분은 정체성·의미·안정·정당성·발전·권력·희망의 근원으로서 이슬람을 향해 한꺼번에 돌아서고 있다. 그들의 희망이 "이슬람이 해답이다"라는 구호에 집약되어 있다.

이슬람 부활은 근대화의 산물이자 근대화를 달성하려는 노력이다. 이슬람 부활의 저변에는 도시화, 사회 활동 인구의 증가, 문맹률의 축소와 교육의 확대, 통신과 매체의 발전, 서구를 비롯한 다른 문명들과의 접촉 강화 같은 비서구 사회의 토착화 조류를 낳은 원인들이 폭넓게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 몇십 년 동안은 아시아의 경제성장과 이슬람의 인구 증가가 서구가 주도해온 국제질서에 커다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세계 문제에 대한 발언권과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력은 빠른 경제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몫으로 더 많이 돌아갈 것이다.

아시아와 이슬람은 개별적으로, 때로는 힘을 합쳐 서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러한 도전의 배후에 자리 잡은 원인들은 서로 관련성은 있지만 성격은 판이하다. 아시아의 자기주장은 경제성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슬람의 자기주장은 상당 부분 사회적 동원력과 인구 증가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도전은 지금도 그렇지만 21세기에도 세계정치에 심각한 불안 요소로서 파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파장의 성격은 상당히 다르다. 중국과 여타 아시아 국가의 경제발전은 이들의 정부가 대외관계에서 적극적으로 자기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와 자원을 제공한다. 이슬람 국가들의 인구 증가, 특히 15세에서 25세 사이 연령층의 폭발적 증가는 원리주의, 테러리즘, 폭동, 노동력 수출에 필요한 인력을 제공한다. 경제적 발전은 아시아 정부를 강화시키고 있지만 인구 증가는 이슬람 정부와 비이슬람 사회에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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