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을, 많은 이들이 오래전부터 두려워했던 코로나바이러스 2차 대유행이 미국과 유럽을 강타했다. 중국과 동아시아 이웃 국가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강도 높은 공중보건 조치를 통해 심각한 코로나 사태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유럽, 라틴아메리카, 미국, 서아시아 전역 어느 곳에서도 코로나를 억누르지 못했다. 겨울이 되자 봄 동안 성공적으로 코로나에 대처해온 스웨덴과 동유럽 국가들, 독일이 모두 곤경에 처했다.

2020년, 기적의 무기에 기댄 것은 미국이었다. 공중보건 정책이 실패한 탓이었다. 국가가 지원하는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희망을 걸어야만 하는 현실은 당혹스러웠다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경우가 달랐다. 우리에겐 백신이 필요했다. 백신이 필요한 주된 이유는 장기 성장률을 개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범유행의 불확실성과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수조 달러의 경제 활동 재개와 수억 개의 일자리가 백신에 달려 있었다. 문제는 누가, 어떤 조건으로 백신을 제공하느냐는 것이었다.

백신 개발은 학문적·인도주의적 포부뿐만 아니라 권력과 이윤 추구에 의해 추진된 경쟁이었다. 인류가 집단으로서 얼마나 시급하게 백신이 필요한지에 비추어볼 때, 이것은 남부끄러운 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공중보건과 현대 제약 산업은 과학계와 의학계의 관심사와 기업과 국가의 관심사가 교차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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