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전후관계를 새로 인식한 현대 역사가들은 문제를 다시 검토했다. 혁명가들이 앙시앵레짐이라고부른 것은 무기력하고 타성에 젖었기 때문에 마땅히 사라져야 할 것이었던가? 그들은 이렇게 묻고 문제를 근본부터 다시 검토하면서 구체제, 앙시앵레짐이 역설적으로 죽어가면서 태어났음을 깨달았다. 따라서 현대 역사가들은 혁명이 발명한 앙시앵레짐이 아니라 혁명을 낳은 앙시앵레짐, 혁명으로 연결되는 앙시앵레짐의 참모습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프랑스 혁명은 무엇보다도 경제문제 때문에 일어났다. 왕정이 빚을 많이 지고 더는 돈을 끌어올 곳을 찾지 못한 채 세제개혁을 하려 했지만 특권층의 반발로 실패하면서 혁명이 일어났던 것이다. 한편 그 사실못지않게 왕정은 그 나름대로 국가를 ‘근대화‘하려고 노력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것은 문화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대중은 절대왕정의 이상과 이념을 구현하는 왕의몸이 신성하기는커녕 창녀에게 오염되었다고 생각했으며, 그러한 믿음은 앙시앵레짐 문화의 밑바탕이라할 수 있는 절대주의의 절정기가 끝나고 그 표상마저 바뀌었음을 반영한다. 우리는 절대왕정의 중요한요소인 신권le droit divin을 가진 왕이 신성성을 잃어가는 과정을 이처럼 루이 15세에게서 찾을 수 있다.
외교문제는 강력한 육군과 해군의 힘에 좌우되었고 군대의 힘은 결국 재정문제에 의지했다. 절대왕정이존재하는 근본적인 조건 가운데 하나인 상비군을 유지하는 방법은 효율적인 징세제도에서 찾아야 했지만 면세특권과 불평등이 존재했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벗어날 길을 찾기란 어려웠다.
네케르는 1788년 11월에 제2차 명사회를 소집했다. 명사들은 전국신분회 소집방식과 절차를 다루면서제3신분의 요구를 거절했다. 제3신분은 제1신분과 제2신분의 대표수를 합친 수만큼이라도 대표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게다가 대표자수가 늘어도 신분별 투표를 개인별 투표로 바꾸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개인별 투표방식을 도입하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인구의 98퍼센트인 제3신분은 인구에비례해 대표를 뽑자는 것이 아니라 단지 3신분제의 한도 안에서 제3신분이 차지하는 몫을 늘려달라고 요구했을 뿐이지만, 14세기 초부터 1614년 마지막으로 열린 전국신분회의 틀에서 볼 때 그들의 요구는 혁명적이었다.
이 이야기는 가난(미제르)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끝나는지 보여준다. ‘미제르‘의 유일한 재산은 자연이주는 선물인데 아무나 훔쳐가기 때문에 가난하며, ‘죽음‘도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미제르, 즉 가난을 데려가지 못한다. 이 이야기가 정확히 언제부터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은 18세기에만 여남은 개도시에서 14개 판본에 수백만 권이 발간되었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이야기를 읽는 민중은 무슨생각을 했을까? 민중은 남에게 자기 물건을 도둑맞기 때문에 가난하지만 어려운 사람에게 잠자리를 제공할 정도로 선량하다. 그러므로 민중은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영원히 가난하게 살지 모른다. 이 이야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민중을 보호해줄 공권력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직 가난이라는 주인공이 스스로를 지켜야 할 뿐이다.
"제3신분은 강건한 인간(남자)이지만 한 팔이 아직 사슬에 묶여 있는 사람이다. 만일 특권층을 제거한다면 국민은 전보다 못한 존재이기는커녕 더 나은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제3신분이란 무엇인가? 전부다. 그러나 구속받고 압제에 시달리는 전부다. 만일 특권층이 없다면 그는 무엇이 될 것인가? 전부가 된다. 자유롭고 번성하는 전부가 제3신분이 없이는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존재들(제1신분, 제2신분, 특권층)이 없어도 무한히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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