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오스텐이 말에게 무의식적으로 신호를 보냈다는 단순한 해석만으로 모든 정황을 설명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가장 단순한 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을 우리는 최절약원리 또는 최소 놀람의 원칙Principle of Least Astonishment(POLA)이라 부른다.

누구나 ‘텍사스의 명사수Texas sharpshootersb’처럼 행동할 때가 있다. 곳간 벽에 총을 쏘아 구멍을 여러 개 낸 다음 그 구멍들을 중심으로 원을 그려 과녁을 만들면 총알이 모두 과녁의 중심에 명중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가쿠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만일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의식을 가진 로봇이 출현다면 이에 인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스스로를 보존하도록 프로그램된 인공지능은 자신의 전기 플러그를 뽑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을 것이다. 로봇은 미래를 예측하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해보고 인류를 전복시킬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언어는 추상적 사고를 가능하게 했고, 사회를 계획하고 조직하는 능력을 인간에게 부여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능력을 갖춘 인류는 함께 힘을 합쳐 사냥에 나설 수 있었고, 생존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할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지능과 표현 능력이 강화되자 부족의 통제권을 획득하기 위해 파벌이 형성되면서 정치가 등장했다. 이 같은 발전의 핵심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었다. 가쿠는 인간의 심리학과 관련해서 ‘의식의 시공간 이론space-time theory of consciousness’을 제시했다.

미셸은 유전의 영향도 있다고 말하면서도 ‘뜨거운 충동 시스템hot system’은 제어하고 ‘차가운 억제 시스템cool system’을 활성화하도록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을 의도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아동과 성인의 자제력을 후천적으로 키워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뇌에 뜨거운 시스템과 차가운 시스템이 있다는 비유는 뇌가 서로 다른 상황을 다루기 위해 진화해온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중력과 원심력 때문에 두 개의 껍질로 분리된 세계가 만들어진다는 주장은 난센스였다. 토성의 고리는 지구 공동설과는 관련이 없었다. 토성의 고리는 그저 달처럼 토성 주위의 궤도를 도는 것뿐이다. 이와 달리 지구의 자전은 중력에 맞설 만큼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 발밑에서 지구가 돌고 있어도 우리가 지구 표면에 흔들림 없이 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지구 안쪽 세계의 사람들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자전한다면 지구 바깥쪽 세계에 있는 우리들은 저 멀리 우주로 튕겨져 나갈 것이다. 또 이 상황에서는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 때문에 지구 속 세계 주민들은 ‘불안정한 상태’일 수밖에 없다. 지구 속 주민들은 껍질에서 떨어져 지구의 중심을 향해 낙하할 것이다. 지구의 껍질 자체도 스스로의 무게 때문에 붕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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