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스는 "시간 개념을 관장하는 인간의 뇌를 비롯하여 모든 시계가 똑같이 느려진다면, 시간 자체가 느려졌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시계로 재지 않고서는 시간의 지속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시간’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그가 의미하고자 하는 것은 시간을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이며 그 방법은 어떤 방식으로든 공간과 관련된다. 시간을 시공간으로 한정시키면 진짜 시간은 없어진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3개의 공간 차원과 시간으로 구성된 4차원 우주에 갇혀 있는 것이다.

물론 ‘과거’가 미리 배열된 것처럼 ‘미래’도 한 치 틀림없이 배열되어 있는 우주에 자유의지의 공간이 없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웜홀은 블랙홀과 비슷한 가상의 왜곡 공간으로, 웜홀의 한쪽 입구로 들어가면 무한하게 휘어지는 짧은 시공간의 터널을 통과해 반대쪽 출구로 나와 우주의 다른 공간에 도착할 수 있다(농구공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튜브를 상상하면 된다. 공의 표면을 따라 먼 길을 돌아가서 반대쪽 지점에 도착하지 않고 한가운데로 뚫린 직선 터널을 지나가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증명했듯이 시간과 공간은 밀접하게 얽혀 있으므로, 킵 손은 공간을 뛰어넘으면 동시에 시간도 뛰어넘을 수 있으며 따라서 웜홀을 따라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우리가 버나딘의 틀을 받아들인다면 공간도 시간과 마찬가지로 ‘관계적’ 속성이라 주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사물(혹은 한 집의 방들) 사이의 거리가 3미터라고 하자. 시간 간격의 속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려면 두 사건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거리의 속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데도 두 사물이 필요하다. 그런데 버나딘은 공간은 시간과는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른 시간을 방문한다는 것은 다른 방(다른 영역의 공간)을 방문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스티븐 호킹과 레너드 믈로디노프Leonard Mlodinow는 우주 인플레이션을 물이 끓고 있는 큰 단지에 비유했다. 단지 안에서는 기포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팽창한다. 대부분의 공기 방울은 빠르게 팽창하다가 터지고 말지만, 개중에는 초기의 팽창 이후에 안정된 상태로 수면까지 올라오는 공기 방울도 있다. 우리의 우주는 이렇게 위로 올라오는 데 성공한 공기 방울과 비슷하다. 물론 수면까지 가기 전에 팽창하다가 터지는 방울이 대다수이지만, 우리 우주와 같이 성공하는 방울도 계속해서 생겨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주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우주만이 아니라 무한히 먼 과거로부터 셀 수 없이 많은 다른 우주를 만들어왔으며, 또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낼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달리 말하자면 우주 인플레이션 이론은 자체적으로, 에버렛의 양자 현상에 대한 ‘다중 세계’ 해석과는 전혀 별개로, 우리가 무한한 다중우주의 세계에서 살고 있음을 시사한다.

끈 이론은 물질과 에너지를 구성하는 궁극적 요소가 진동하는 아주 작은 끈과 비슷하다고 가정한다. 끈은 서로 다른 진동수로 진동함으로써 우리가 양성자나 중성자라고 부르는 종류의 입자들을 만들어낸다. 끈 이론이 매력적으로 여겨지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끈 이론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통합, 즉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의 통일이라는, 이제까지 물리학에서 성취하지 못한 과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물리학자들이 끈 이론 연구에 몰두한 지 수십 년이 지났으며, 그들 중 다수가 끈 이론을 기술하는 방정식이 우리의 우주 외에도 다른 우주가 존재함을 암시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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