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상업혁명‘은 대부분의 서유럽 사회를 바꿔 놓은 일종의 사회혁명이기도 했다. 사회 변화와 더불어 한 계층이 사라지는가 하면새로운 계층이 생겨났다. 특히 중북부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 네덜란드의 여러 도시, 독일 한자동맹(Hansa 同盟)에 속했던 많은 도시  그리고  카탈루냐 지방의 여러 도시에서 새로 생겨난 눈에 띄는 중요한 사회 변화는 바로 상인 계층의 등장이었다.  장원 경제 체제에서는 가장 천한 신분으로 간주되었던 상인이 이제는 상류 계층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 P48

이탈리아에서는 이와 같은 새로운 형식의 경제 조직체가 육지 무역쪽에서 형성되었는데, 이른바 ‘콤파니아‘라고 불렸다. 콤파니아의 탄탄한 기반은 전형적인 가부장제 형태의 가족이었다. 가장 나이 많은 어르신 (vecchio)이 판단 · 결정하고, 처벌하고 명령하였다. 그리고 그 외의 사람은 예외없이 여기에 복종해야 했고 이들에게는 ‘불평‘(mugugno)할  권리조차 없었다.  가족은 콤파니아에서 일할 사람을 선별하고 콤파니아의 모든 자본을 관리하였다. 이것도 새로 생겨난 요소였다.  - P50

베네토 주의 화폐 위조 문제를 연구한 라인홀드 뮬러> 교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가치가 높은 동전이든 낮은 동전이든 간에화폐를 위조해서 얻어내는 수익은 미미했다. 대부분의 화폐 위조범이 얼마 안 되는  돈에서 수익을 얻어 내고자 할 때 감수해야 하는 가장 큰위험은 자신의 신변 문제였다." 이런 사실은 바르디 가문의 실패한 사업에도 해당된다. 보통 동전을 위조하면 두 가지 측면에서 이익을 얻었다. 첫째, 합법적인 동전과 비교했을 때 위조 화폐에는 은이 조금밖에 포함되지 않았다. 둘째, 위조범은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고 이를 모두 자기의 수익금으로 돌렸다." - P95

특히 바르디 가문 출신의 세 사람이 확신했던두 가지 사실은, 첫째, 경찰의 손에 잡힐 확률은 거의 없다는 점, 둘째,혹 잡힌다 하더라도 그들이 실형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이었다. 모든 사람이 법 앞에서 평등하지는  않았다. 바르디 가문 사람은 특권층에 속했고, 이 때문에 특별히 법에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실제로 이들은 법을 조금도 괘념치 않았다. - P96

이제 루이지노 화폐는 상품 교환을 위한 매개물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이 되었고 더욱이 이 상품에 대한 수요는 아주 컸다. 따라서 이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되었다. 하지만 법적으로 이 상품은  화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 상인이 루이지노 화폐를 터키로 가져가 매겼던 가격은 터무니없이 높았고 이는 모든 통화 체제에 혼란을 가져오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루이지노 화폐에 열광해 눈이 먼 터키 사람을보고 프랑스 투기꾼은 터키인의 순진함을 이용해 먹기로 마음먹었다. - P102

모순된 사실이지만 프랑스에는 상업과 관련해 내세울 만한 전통이없었을뿐더러 상업과 귀족 신분은 병행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신념이 당시  프랑스  사회를 강하게 지배했다. 사회적으로 신분이낮거나 역량이 부족한 사람만이 상인이 된다고 생각했다. 돈을 수억벌었다 하더라도 상인과 그의 후손은 천민 혹은 아주 낮은 사회 계층에 속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해상 무역만은 예외에 속했다. - P119

상인은 점차 신분이 높은 층과 낮은 층으로 구분되기 시작했고 그영향은 프랑스어 사전에도 반영되었다. 상점을 직접 운영하며 소매업을 하던 자나 신분 상승을 꿈도 꿀 수 없던 사람에게는 마르샹(marchand)이라는 이름표가 그대로 남았다. 그 외의 사람, 즉 귀족 신분으로 상승할 수 있던 특권층을 위해 네고시앙(negociant)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졌다. 인간사에 흔히 일어나듯이 용어 정의를 둘러싼 논쟁 때문에 싸움, 적대감,  경쟁의식이 생기곤 한다. 어떤 네고시앙을 마르샹이라고 불렀다면 그것은 엄청난 모욕이었다. 자크 사바리는 다행히도 자신이 네고시앙이라 믿었고 수많은 네고시앙을 위한 경제 입문서를 저술하였다. - P121

유대 상인은 거의 모든 세관에서 낙찰권을 따내맥주나 브랜디 혹은 럼주에 매기는 세금을 관리하기 때문에 모든 귀족은 유별날 정도로 유대인을 환대한다. 더욱이 귀족 소유의 농토를 책임지고 관리해 주는 사람도 바로 유대인이기 때문에 유대인은 귀족으로부터 항상 환대를 받는다. (중략) 폴란드의 부르주아 계층 역시 상업에 손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단스크 시의 항구를 통해 이루어지는상거래는 소규모에 불과한데, 그 이유는 프러시아, 특히 그단스크 시가 거의 모든 폴란드 제품을 독점하여 외국인에게 직접 공급하기 때문이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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