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가 앞으로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회에 영향력을 지속시키려면 이슬람과 아시아가 도덕적 우월감을 주장하는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서구 문화는 내부의 집단들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그 도전의 하나는 바로 동화를 거부하고 자기가 떠나온 나라의 가치관, 풍습, 문화를 여전히 고수하고 전파하려고 애쓰는 이민자들로부터 받는다. 이런 현상은 유럽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소수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정도는 덜하지만 미국에 사는 히스패닉 집단도 비슷한 성격을 보인다. 그런데 미국의 히스패닉 인구 규모는 만만치가 않다.

서구의 보편주의가 세계에 위험을 초래하는 까닭은 핵심국들 사이의 문명 전쟁을 낳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서구에게 더더욱 위험한 까닭은 전쟁에서 서구가 패배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련이 붕괴하자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문명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지만 아시아, 이슬람, 기타 문명들도 서서히 힘을 쌓아 나가고 있는 현실에 맞닥뜨렸다. 이때 서구인들은 브루투스의 호소력 있는 낯익은 논리에 의존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서구 문명이 가치를 지니는 것은 그것이 보편적이어서가 아니라 남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구 지도자들의 책무는 다른 문명들을 서구의 이상에 맞춰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다. 쇠락하는 서구로서는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서구 지도자들은 서구 문명의 고유한 특성을 견지하고 수호하고 쇄신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미국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러한 책무를 앞장서서 떠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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