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 한국전쟁 70주년 사진집
존 리치 지음 / 서울셀렉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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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찍은 사진 중 어떤 사진은 흑백으로 어떤 사진은 컬러로 남아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머릿속에 흑백으로 남아있을 리는 없겠지만, 앨범의 사진을 통해 떠올린 기억들은 그 이상의 이미지로 선명하게 떠올리기 쉽지 않다. 다만, 같은 정도의 화질로 전후 관계를 밝히는 정도가 최선인 듯하다. 나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1950 한국전쟁 70주년 사진집>은 한국전쟁과 관련한 컬러 사진이 수록된 사진집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선명한 인물들의 표정과 옷차림,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TV문학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농촌 풍경 등은 한국전쟁 당시 상황을 우리에게 그대로 재현해 준다는 점에서 귀한 자료라 여겨진다. 힘든 상황에서도 낯선 이방인 기자가 들이댄 사진기에 웃음을 짓는 군인과 민간인들의 모습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재난 상황에서도 삶이 이어지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마치 과거 격전지에서 총알 자국 난 철모 사이에 피어난 한 송이 민들레를 발견하는 듯한 느낌을 독자들은 받을 수 있다.

사진집 전체에서 전쟁의 참혹함은 발견하기 힘들다. 참상이 빚어낸 처참함도 잠시 흘러간 시간에 의해 치유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되기에, 처참한 전장의 상흔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사진집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거대한 전쟁에서도 인간의 희노애락은 이어지고 있으며, 전쟁의 흔적을 곧 덮어버린 자연의 힘도 산업화의 파도에 쓸려가 버리고 있다는 현실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은 생생한 천연색의 사진집만이 갖는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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