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재현의 몫을 다양한 존재들에게로 확대해나가는 노력이 문학이 언제고 해오던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 반복이 지금 여기에서 일어날 때 발생하는 차이가 없는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을 듯하다

스티글러(B. Stiegler)의 말처럼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은 우리를 더는 나누어질 수 없는(in-dividual) 의미로서의 개인이 아닌, 무수히 나누어지고 데이터화되는 가분체(dividual)적 존재로 이끄는 듯하다. 조각나고 분열된 형태로서의 개인. 이 지점에서 주체는 이미 상징적 정체성 그 자체로 인해 분열되어 있다는 정신분석학의 오랜 명제를 떠올려볼 수도 있겠지만, 늘 그렇듯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이러한 분열과 연결에의 강박 사이에서 분투하는 세대를 위시하며 이들에게로 향하는 문학은 과연 어떤 말을 건네고 있을까?

냉전 종식 이후 짧은 단극시대를 지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G2시대로 규정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여전히 과거와 현재의 질서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우선 이번 전쟁은 미국 단일패권 체제에 맞서 주요 강대국이 수행하는 최초의 군사적 도전입니다. 그동안 미중 갈등의 심화에도 군사적 충돌은 없었는데, 우끄라이나전쟁은 비록 대리전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미국을 상대로 한 러시아의 실질적인 군사적 도전이거든요. 이것이 ‘신냉전’이 될지 ‘세계대전’이 될지 몰라도 미국·유럽 대 중국·러시아의 대립 구도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규범적 차원에서는 이번 전쟁이 군사적 수단을 통해 주요 강대국 간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은 강대국 간 긴장이 고조되어도 일정한 타협이 이루어졌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군사력 사용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이른바 ‘야만의 시대’가 부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서구의 정체성이 균열되는 지점에 좀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냉전을 단순히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라고 이해하지만, 사실 미국과 유럽이 함께 ‘더 웨스트’(the West)로서 대응했습니다. 즉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서방 자유진영이라는 단일한 정체성 블록이 있었던 거죠.

저는 미국과 유럽의 동맹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는 시각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미국의 패권 기반 약화가 이 전쟁으로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우선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의심이 커지는 양상입니다.

다음으로 미국의 경제적 패권 기반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일시적으로는 천연가스나 무기를 수출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겠지만, 달러표시자산의 신뢰성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전쟁을 보면서 우리가 ‘합리성’을 너무 과신하지 않았나 하는, 조금은 비관적인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성’을 상대도 공유하고 있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릅니다.

. 국제정치는 각자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 언론의 보도는 서구 사회와 언론의 시각에 지나치게 동조화되어 있습니다. 제가 국제정치학 수업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뿐 아니라 중동, 중국, 러시아의 국제방송 영상을 함께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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