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는 "보살핌(affection)과 물질노동으로 구성되며 종종 임금도 지급되지 않는 이 노동은 사회적으로 필수불가결하다. 이 노동 없이는 문화도 경제도 정치구조도 있을 수 없다"
1)고 단언한다

돌봄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그것을 매개로 그동안 간과되어온 ‘사회적인 것’들을 다양하게 재발견하고 합당한 자리로 복원시키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사회적 질서를 상상하고 수행하는 일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라 하겠다.

살아 있는 생명이 자신의 주변과 관계적 지평을 생성하는 구체적 행위가 돌봄이라면, 돌봄을 정치화하는 저 엄마들의 묵념에는 삶과 죽음의 구분을 무화시킴으로써 ‘살아 있음’의 지평을 한번 더 열어내는 힘, 나아가 ‘진정한 살아 있음’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만드는 힘이 내재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문학이라는 주제에서도 결국 핵심은 무엇보다 각자의 삶이 먼저 달라지고 생각이 깊어지고 말이 담백해지는 일이라는 결론을 피할 길이 없다. 어떤 경우든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는 다른 방식의 삶을 상상하고 설계하지 않는 한 에너지대전환의 시대도 가능할 법하지 않다. 대전환에 도달하기까지의 이행기는 길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대다수 민중들에게 ‘안빈’이나 ‘청빈’도 사치에 불과한 이상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죽음의 소용돌이’를 초래한 모든 근대주의 관념들에서 탈피하는 작업이야말로 극복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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