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도는 기업을 육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영국의 금융제도는 이 핵심 기능에서 점차 멀어져 투기와 복합 파생상품에 집중하는 도박장에 가깝게 되었다. "금융서비스 부문과 런던 금융중심지는 경제적 목적에 복무하기 위해 있는 겁니다." (그 또한 익명을 요구한) 펀드매니저 프랭크(Frank)의 말이다. "하지만 이제 금융부문은 자기 자신밖에 위하질 않지요." 코스타스 라파비차스 교수의 표현처럼, 현대 자본주의는 완전히 ‘금융화’되었다. 현대 기업은 이익잉여금이나 주주에게 분배되지 않는 돈을 동원해 스스로 금융 투기에 뛰어든다. 개별 가구들도 자택을 소유하고, 떨어지는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금융에 의지하는 실정이다. 현대 기득권층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금융화되었다.

무엇보다도, 금융부문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정부는 외환 관리의 포기가 되었든 규제철폐 장려가 되었든, 금융부문의 경제적 힘 앞에 굴복했다. 로비, 정치 기부, 권력의 심장부에 포진한 너무나 많은 금융부문 출신 인물들을 통해서 금융부문은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권이란 최우선의 권력 또는 권위이다. 현대 영국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지 않다. 유럽연합이나 다른 단일기관이 영국 국민의 주권을 박탈한 것도 아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 군림하는 것은 기득권층이다. 바로 이 기득권층이 영국 민주주의를 축소하고 박탈했으며, 나라가 아주 소수의 허세를 부리는 엘리트를 위해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그 부분이 바뀌기 전에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태로울 것이다.

핵심 공익사업의 민주적 공영화는 ‘시장이 가장 잘 안다’는 기득권의 구호를 약화시킬 것이다. 먼저, 모든 여론조사는 가장 보수적인 유권자들마저 국유화를 지지하며 공영화가 압도적으로 선호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민주적 공영화는 소비자의 욕구를 잘 모르는 관료들이 운영한 이전의 국유화 같은 함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통제는 한 경제를 들고나는 통화의 흐름을 감시하고, 자산 버블 및 전체 사회의 이익과 충돌할 수 있는 투자자의 단기이익을 경계한다. 자본이 급격히 유입되어 부동산 가격과 환율을 급등시키고 갑자기 철수하면 급격한 경제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보았듯이, ‘자유 언론’의 대부분은 많든 적든 정치적 의견을 가진 큰 부자들의 확성기 노릇을 하고 있다. 우리의 언론 조직들은 정치적 논쟁의 장에서 부와 권력의 기반에 도전하는 사람과 신념 또는 운동을 추방하거나 폐기하고 주변화하는 가차없는 기구로 기능하고 있다. 언론개혁은 언론자유와 언론인의 독립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시도돼야 한다.

19세기 미국 흑인 노예였다가 노예제 폐지론자이자 사회개혁 운동가로 거듭난 프레데릭 더글러스(Frederick Douglass)는 "권력은 요구 없이는 그 무엇도 내주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권력이 요구 없이 무언가를 포기한 적은 절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더글러스는 이 말에 사회진보의 영원한 진실을 요약했다. 변혁은 위에 있는 자들의 선의와 인정이 아니라 아래에 있는 자들의 투쟁과 희생을 통해 가능하다.

기득권층은 비합리적이며 정의롭지 못한 현 상태를 보위한다. 그러나 사회체제가 지금과 같은 모습일 필연적인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현 체제가 사회를 조직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합리적인 완벽한 본보기라서 기득권이 영국을 지배하는 게 아니다. 기득권체제는 부유한 엘리트층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들의 사익을 방어하는 제도적·학문적 수단을 대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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