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두툼한 교양서에 따르면 ‘차브’란 ‘급증하는 무식쟁이 하층계급’을 뜻한다. 그들이 서점에서 그 책을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차브는 슈퍼마켓 계산대의 계산원이나 패스트푸드점의 점원 또는 청소부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 모두 ‘차브’란 특별히 노동계급을 가리키는 모욕적인 언사임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인정하든 안하든, 자신들의 성공에는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들은 안정적인 중간계급 가정에서, 흔히 말하듯 나무가 우거진 교외에서 자란 사람들이었다. 몇몇은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를 나왔고 대부분은 옥스퍼드나 런던정치경제대학(LSE), 또는 브리스톨대학 출신이었다. 노동계급 출신이 그들처럼 될 기회는 흔치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조롱하는 그 수백년 묵은 현상을 목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거론되는 ‘차브’라는 단어는 폭력, 게으름, 청소년 임신, 인종주의, 주정 같은 노동계급의 부정적인 특징과 연결된다. 『가디언』의 조 윌리엄스(Zoe Williams) 기자가 쓴 대로 "차브라는 말이 원래 뭔가 정통적인 것?그냥 쓰레기나 친구가 아니라 버버리 차림의 쓰레기!?을 전달하면서 대중적인 상상력을 사로잡았다면 현재 그 말은 ‘프롤레타리아’ 또는 ‘가난하기 때문에 쓸모없는 인간’ 같은 폭넓은 의미를 가진다

노동계급이 악마화된 뿌리에는 영국 계급전쟁의 유산이 있다.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가 정권을 인수한 1979년은 영국 노동계급을 향한 전면공격이 개시된 해로 기록된다. 노동계급 기관이었던 노동조합이나 공영주택은 붕괴되었고 노동계급의 일터는 제조업에서 광산업까지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그들의 공동체는 산산조각났고 다시는 회복되지 못했다. 또한 연대와 집단적 열망 같은 노동계급의 가치는 단호한 개인주의에 밀려 휩쓸려갔다. 힘을 빼앗겨 더이상 당당하지 못한 노동계급은 점점 더 조롱거리가 되었고 하찮은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또한 노동계급이 미디어나 정치의 세계에서 축출당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들의 생각은 퍼져나가지 못했다.?

노동계급이 처한 곤경은 보통 ‘열망의 부족’으로 치부돼버린다. 그들의 곤경은 책임이 있는 특권층들에 의해 조작된 불평등한 사회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특성 때문이라고 왜곡된다.

영국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공영주택에 몰림으로써 이 단지들은 이른바 ‘차브’라는 집단과 연결되었다. 영국의 빈곤층 중 반 이상이 집을 소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너무나 한곳에 밀집돼버린 것이다. 공영주택 단지가 싸구려 단지로 변모함에 따라 영국이 중간계급과 노동계급 차브?스스로 짊어진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는?로 이분화되었다는 논리는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정부의 주택정책은 노동계급 영역에 사회적 손실을 끼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처리즘은 듀스베리 모어 같은 사회를 질식시킴으로써 탈산업화의 쓰나미를 불러일으켰다.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 30년간 완전히 붕괴되었다.

"보수당에 관해 알아야 할 것은 그 당이 특권층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겁니다. 당의 주목적이 특권층 보호라는 말입니다. 또한 그들이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은 딱 필요한 만큼을 딱 그만큼의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죠."

가히 『사회주의 노동자』(Socialist Worker, 영국의 좌파 사회주의 신문?옮긴이) 지면에나 나올 법한 분석이었다. 그런데 다름 아닌 보수당의 일인자가 자기 당이 영향력 있고 부자인 사람들의 정치적 오른팔임을 고백한 것이다. 최상층 사람들의 편에서 싸우는 정당이 바로 보수당이었다. 이것은 계급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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