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 빽빽이 강당을 메운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문득 둘러보며, 마치 이곳에 집결하기로 약속한 군중 같다고 너는 생각했다. 소리치지도 움직이지도 손을 맞잡지도 않는, 지독한 시취만을 뿜어내는 군중 속을, 너는 장부를 겨드랑이에 끼운 채 빠르게 걸어다녔다.

군인들이 다시 들어오면 시민들을 모두 죽일 거란 소문이 돌고 있다고, 공포 때문에 집회의 규모가 빠르게 줄고 있다고 그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럴수록 우리들의 수가 많아야 함부로 못 들어올 텐데…… 느낌이 안 좋아요. 관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사람들은 점점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아요. 너무 많은 피를 흘리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그 피를 그냥 덮으란 말입니까. 먼저 가신 혼들이 눈을 뜨고 우릴 지켜보고 있습니다.

갑자기 너는 뭐든 묻고 싶어진다.
오늘 남는 사람들은 정말 다 죽어요?
묻지 않고 너는 망설인다.
죽을 거 같으면, 도청을 비우고 다 같이 피해버리면 되잖아요. 왜 누군 가고 누군 남아요.

공처럼 허리를 말고 장판 바닥에 누웠다. 정신을 잃듯 잠 속으로 빨려든 뒤 몇분 지나지 않아, 기억할 수 없는 무서운 꿈에 퍼뜩 눈을 떴다. 꿈보다 무서운 생시가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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