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이 실제로 대선 후보로 뛰겠다고 입장을 표명하기도 전부터, 마치 확정된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갔고요. 간부들이 장난을 치는 건데, 누군가 제어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방송기사는 보도국장, 편집부장, 편집주간, 취재주간 네명이서 조금만 장난을 치면 다른 사람들이 관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요. 그 사람들이 핵심이고, 큐시트를 짠다고 보면 되죠.

공영방송사라고 하면 영국의 BBC를 모델로 하잖아요. 그런데 BBC만큼의 방송을 했느냐는 질책이 나오죠. 방송 퀄리티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이나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그 정도의 노력을 했느냐는 의미에서요.

종편의 시사프로그램을 보면 일단 노인을 배려해서 목소리도 크고 자막도 굉장히 커요. 빨간색이나 검정색 굵은 글씨로 자막을 많이 쓰고요. 샷도 얼굴 위주로 크게 잡잖아요. 모든 것이 노인을 배려한 거죠. 세련된 것보다는 선명한 메시지 전달이라는 측면에 집중해서요. 호소력 강하게 만들어서 약간 북한 방송 같은 느낌이 들죠. 구호를 외치는 듯한 진행을 하고요. 지금 당장은 수익이 잘 안 나지만 신문으로 유지하고 있던 여론 장악력을 놓치지 않고 방송으로 가져가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문제라고 저희가 많이 지적하는 것은 대화의 수준이 심각하게 낮다는 점이에요. 시사토크쇼면 시사 문제를 알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실시간으로 뉴스가 뜨면 그 뉴스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해요.

저희가 보기에는 이 사람들이 방송심의 규정을 모르는 것 아닌가 싶어요. 방송은 신문과 다르거든요. 왜 종편이 이렇게 됐느냐를 봤을 때, 신문을 만들던 사람들이 방송을 만들게 돼 그렇다고 생각해요. 지금 TV조선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송보다는 신문 출신이고, 신동아·월간조선·조선일보에 글 쓰던 기자가 패널로 많이 나오죠. 그런데 본인들은 신문에서는 그 정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까, 방송에서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자꾸 넘어가는 거예요

JTBC의 변화에는 회장의 리더십이 작용한 것 같고요, 얄밉게 말하면 중앙미디어는 양쪽에 보험을 들어놨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말하는 조·중·동 프레임에서 중앙일보가 완전히 빠졌다고 볼 수는 없어요. 중앙일보를 통해서 조선일보·동아일보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보수의 색채를 이어가고, JTBC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보여주는 굉장히 진보적인 방송을 만들고 있죠. 이렇게 양쪽을 다 가지고 있어서 정권이 어떻게 되더라도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게 해둔 거죠.

이재명(李在明) 성남시장 같은 경우 사드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고, 복지 문제에서도 왼쪽에 가 있는데도 종북 프레임을 씌우지 않았습니다. 문재인의 대항마이기 때문이죠. 만일 이재명 시장이 대선 후보가 되면 또 프레임을 씌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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