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결론은 한결 같았다. 대한민국 검찰은 너무 많은 힘을 갖고 있다. 아무리 선한 의지를 가진 정치권력이라도 이 상태로의 검찰을 놓아두면 그 막강한 힘 때문에 다시 검찰을 이용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고, 검찰은 그 틈에서 다시 권력과의 거래를 통해 잇속을 챙기려 들 것이다... 검찰의 기소권은 불공정하게 사용될 때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편파적 수사와 부당한 기소의 문제야 더 말할 나위가 없고, 죄 있는 사람을 봐주느라 기소하지 않으면 아예 재판에 회부조차 못하니 이를 시정할 기회를 처음부터 박탈당한다. 검찰의 힘은 기소권보다 '기소를 하지 않는 권한'에서 나온다는 역설이 성립하는 이유다. 이렇듯 검찰은 기소권만 놓고도 많은 문제를 낳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마저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으니 막강할 수 밖에 없다. _ 최강욱, <권력과 검찰> , p149/160


 최강욱의 <궘력과 검찰>은 저자가 전현직 기자, 검사, 판사, 변호사를 만나 검찰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책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검찰의 모습과 현재 검찰의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도 저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검찰 권력'의 위험에 대해 지적한다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본문을 통해 확인한다. '하지 않음'의 권한인 기소권과 '찾아냄'의 권한인 수사권을 모두 가지면서, 찾지 못해도 기소할 수 있고, 찾더라도 기소하지 않을 수 있는, 그리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양형의 범위까지 결정할 수 있는 형사 재판의 알파이자 오메가 권력. 검찰 권력의 현재를 잘 보여준다.


 물론 우리나라 재판 시스템에서 판사가 가지고 있는 권한이 더 크기는 해요. 하지만 판사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이죠. 자기가 먼저 수사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나라의 검찰은 수사권이나 기소권도 독점하고, 형 집행도 하고, 법령 해석도 하죠. 본연의 권한, 즉 수사지휘나 공소유지 차원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것 이상으로, 범죄정보 수집이라는 명목으로 일종의 변형된 사찰까지 담당하죠. 권한이 무한정으로 넓혀져 있는 상황이에요. _ 최강욱, <권력과 검찰> , p10/160


 해방 전후 혼란한 상황에서 경찰을 견제할 목적으로 검찰에게 권한을 부여한 이후 점차 강해진 검찰 권력. 이러한 권력을 견제하기 보다 인사권으로 견제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칼(劍)로 활용하려 했던 정치권과 자신들의 특권을 보호하려는 엘리트 의식. 내부적으로는 특수부, 공안부, 형사부 등 서로 다른 부서들 사이에 알력이 있지만, 검찰 권력을 위협하는 외부 세력에 대해서는 일치단결하는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의 모습에서, 근대 초기 유럽 도시의 부르주아(bourgeois)계급의 단면을 언뜻 발견한다면 무리가 있을까.


 도시들은 여러 산업과 길드를 재조직했고, 원거리 무역, 환어음, 상업회사의 첫 형태들, 부기 등을 발명하거나 재발병했다. 그리하여 도시들은 곧 계급투쟁에 들어가게 되었다. 도시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공동체"였지만 동시에 갈등과 형제 살해적인 전쟁을 내포하는, 근대적인 의미의 "사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내부적으로 갈라져 있었으면서도 이 사회는 바깥 세계의 적들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대결해야 했다. 그것은 외부의 적, 즉 영주, 군주, 농민 등 자기 시민이 아닌 모든 사람들의 세계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도시는 서유럽의 최초의 "조국"이었으며, 이곳의 애국심은 그 뒤에도 오랫동안 영토국가의 애국심보다 더 일관성 있고 훨씬 더 의식적인 것이었다. 사실 초기의 국가에서는 애국심이라는 것이 아주 느리게 형성되어갔다. _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2>, p747


 해방 전후 혼란기 권력은 친일 경찰로부터 한때 '좌익의 온상'으로 불리던 군인들에게 넘어갔으며, 군 조직인 중앙정보부-안기부 등 정보부에서 문민정부 이후 검찰로 차례로 옮겨왔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속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 비정상적으로 커진 검찰의 권력을 정상화시키려는 법안이 원안보다 상당히 후퇴한 상태로 여야 합의된 역사가 이루어졌다.


 10월 항쟁이건 4.3이건 여순사건이건 간에 모든 연구에서 동일하게 나오는 게 있다. 바로 친일파, 특히 친일 경찰에 대한 강한 반감이다. 여순사건과 10월 항쟁은 이것과 아주 직접적으로 관련돼 욌다.(p128)... 당시 외국에선 이승만 정권에 대해 '경찰 통치를 하고 있다. 경찰 국가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빨갱이몰이 같은 것이 많은 비판을 받고 그랬다. _ 서중석/김덕련,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 , p159/247


 개인적인 아쉬움도 많지만, 70여년의 우리 나라 역사 속에서 절대권력은 없었고,  각 권력이 그 정점에 섰을 때 한때 자신들이 경멸하던 세력에게 그 자리를 넘겨줬음과 함께 18세기 유럽의 도시민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자신들의 권리가 외부세계에 의해 결국은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역사적 교훈 앞에서 아쉬움을 달래본다.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 할 주제가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다...  


 기본적으로 검찰 권한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정권이 검찰을 이용하려고 했던 거죠. 막강한 권한을 분산시키면 정권 입장에서는 검찰을 이용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축소되니까 이점이 없어지게 되죠. 독재정권이 검찰을 정권유지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권한을 점점 더 많이 부여하고 대신 인사권은 대통령이 쥐고 있었던 겁니다. 검찰의 권한은 그대로 둔 상태로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면서 인사권 등을 독립시켜 주면 검찰 자체가 권력기관화되어서 통제가 불가능하게 됩니다.. _ 최강욱, <권력과 검찰> , p119/160


 그 어느 조직보다 생존 본능, 조직보호 본능이 큰 곳이 검찰이에요. 하나의 유기체로서 전체 구성원들이 조직의 보호와 방어를 위해 볼트 너트 역할을 하죠.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절대로 하지 않으려는 검찰의 태도 이면에는 먼저 시인하면 뒤집어쓴다는 생각이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_ 최강욱, <권력과 검찰> , p12/160


 아까 공안검사 얘기를 했는데 사실 검찰에서 지금 큰 문제는 '특수통' 검사예요. '특수통' 검사들이 쭉 연결되어 계파 비슷한 것이 형성되어 있는데, 그런 계파가 생기기 시작한 게 그 무렵이에요. 매우 안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예전에는 정권에 충성했다면, 지금은 독자적인 정치를 하잖아요. 나름의 정치적 판단을 해서 정권 말기가 되면 실세를 공격하는 것처럼요. _ 최강욱, <권력과 검찰> , p7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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