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추위의 산물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가 분령하게 시작되는 시기는 기온이 낮은 상태(기존 표현으로 빙하기가 지속되는 와중이었다. 그동안 특이한 문화적 분기가 발생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만 년 남짓 전의 일이었다. 그 뒤 지구의 기온이 다시 오르자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동아프리카에서 소규모 집단으로 거주했다. 다른 유인원들에 비해 호모 사피엔스는 한 무리에 속하는 개체 수가 엄청나게 많았다. 보통 수백 명 혹은 그 이상이었다. 또한 호모 사피엔스는 (인간의 몸속에 사는 박테리아를 제외하면) 다른어떤 생명체보다 더 많고 더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았다.
- P61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문화적 생물이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는 타고나는 전제 조건이 있다. 자연환경이 개입되기 전에 먼저 유전적으로 물려받는 요소가 전제 조건이 되는 것이다. 문화적 생물은 유전적 요소를 바탕으로 문화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그 요소가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역사학 전공에서 합의된 바가 없다. 그러나 인류를 다른 문화적 생물과 비교해보면, 인류의 문화에서 다른 생물과 구별되는 독특한 측면들이 있다. 다양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연성(Hexibility)이 높은 편이고, 또한 상대적으로 가변성(mutability)이 높은 편이다. 유연성과 가변성은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었다.  - P62

빙하기에서도 간간이 기온이 올라가는시기들이 있었다. 태양 흑점의 변화가 이러한 불규칙성의 원인으로 지5적되기도 했다. 온난기 때도 흐름을 역행하는 경향이 100년 정도 지속된 적이 있었다. 우리 이야기의 기본 틀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기후 변화는 딱 한차례뿐이다. 약 15만~20만 년 전으로, 빙하기 관련 고고학적 발굴 성과와 호모 사피엔스의 최초 출현이 연결되는 시기다.  - P65

우리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가 기후라면, 그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호모 사피엔스다.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의 유골과 주거지 유적은 2003년 에티오피아의 헤르토(Herto)라는 곳에서 발굴되었다. 근처에서 하마의 유골도 같이 발견되었는데, 도살 해체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의 유골은 세 사람의 것으로, 어린이 한 명과 성인 두 명이었다. 시기는 약 15만 4000~16만 년 전 사이로 확인되었다. 이들의 두개골은 오늘날의 인류와 비슷해 보였으며, 다만 오늘날의 평균치보다 조금 컸다. 이들이 사망한 이후에 살이 제거된 상태로 두개골만 말끔히 관리한 것 같은데, 이는 당시의 장례 풍습과 관련되는 문제다.
- P67

이주의 원인은 모호하지만 이주의 결과는 명확하다. 이주 때문에 사람들의 관계, 집단의 규모와 조직, 세계를 보는 방식, 다른 생물들(인간과 경쟁하는 동물, 인간의 먹이가 되는 동식물 모두 포함)과 관계 맺는 방식등이 모두 바뀌었다. 이때 바뀐 여러 가지는 이후로도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결과 중 하나는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이었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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