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일(27일)에 칙서를 내려 오방(五坊)102에서 키운 매를 풀어 놓아주게 하고 안팎에서 다시는 바칠 수 없게 하였다. 풍도가 말하였다. "폐하께서는 베푸시는 어짊이 금수(禽獸)에까지 미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황상이 말하였다. "그렇지 않소. 짐은 옛날에 일찌감치 무황(武皇, 이극용의 시호)을 좇아 수렵을 하였는데, 당시에 가을 곡식이 바야흐로 무르익어서 짐승들이 편하게 경작지 속으로 들어가자 기병을 파견하여 그것들을 잡았으나 짐승을 잡았을 즈음에는 남은 곡식은 거의 없었소. 이것으로 그것을 생각해 보니, 수렵에는 손실은 있으나 이익이 없었소. 그러므로 시행하지 않았을 뿐이오."

조계량(趙季良)이 말하였다. "동장은 사람됨이 용맹하나 은덕을 베푸는 일이 없으며, 사졸들이 붙지 않으니 성을 지키고 있으면 이기기가 어려우나 들판에서 싸우게 되면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지금 소혈(巢穴)을 지키지 않는 것은 공에게는 유리합니다. 동장이 군사를 부리는 것은 정예의 군사들이 모두 선봉에 세우고 있으니 공은 의당 파리한 군사를 데리고 그들을 유인하고서 굳센 군사를 데리고 그들을 기다린다면 처음에는 비록 조금 꺾이겠지만 이후에는 반드시 크게 승리할 것입니다.

다음 날에 안중회가 스스로 이를 말하자 황상이 말하였다. "짐이 옛날에 소교(小校)이었을 적에 집안이 가난하여 이 아이가 말똥을 주워 온 것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보탰고, 오늘에 이르러 천자가 되었는데 일찍이 그를 비호할 수 없단 말이오? 경은 그를 어떻게 조치하여서 경에게 편안하려는 것이오?"

안중회가 말하였다. "폐하의 부자(父子) 사이에 신이 어찌 감히 말을 하겠습니까? 오직 폐하만이 이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황상이 말하였다. "사제(私第)에서 한가롭게 살게 하면 역시 되었지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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