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는 사람들을 물리치고 강연효에게 양에서 벌어진 일을 물으니, 대답하였다.
"양조(梁朝)의 땅은 좁지도 않고 군사의 수도 적지 않지만 그러나 그들의 행하는 일을 추적해 보면 끝내 반드시 패배하여 망하게 될 것입니다. 어째서냐고요? 주군은 이미 어둡고 나약하여서 조암과 장한걸의 형제들이 권력을 멋대로 하며 안으로는 궁액(宮掖)
과 교분을 맺고 밖으로는 재화와 뇌물을 받아들이면서 관직의 높고 낮음은 오직 뇌물이 많고 적음을 보며 재주와 덕망으로 선택하지 않고 공훈과 노고도 비교해보지 않습니다.

"폐하께서는 머리를 감지도 빗질도 못하고 갑옷을 벗지 못한 지도 15년이 넘었는데, 그 뜻은 집안과 나라의 원수와 수치를 씻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미 존호(尊號)를 바르게 하여 하북(河北)에 있는 사인과 백성들은 매일 태평하게 되기를 바라보는데, 비로소 운주(?州, 산동성 동평현)에 있는 한 자와 한 치 정도의 땅이라도 얻었다가 지킬 수 없어 그곳을 버린다면 어찌 중원을 모조리 소유할 수 있겠습니까?
신은 장사들이 해체되고 장래에 식량이 다 떨어져서 무리들이 흩어질까 두려운데, 비록 하(河, 황하)를 그어서 경계로 삼는다 한들 누가 폐하를 위하여 그곳을 지키겠습니까? 신은 일찍이 강연효(康延孝)에게 하남(河南, 황하 이남)의 일을 자세히 물었으며, 자기를 헤아리고 저들을 헤아려서 낮이고 밤이고 그것을 생각해보니 성공과 패배의 기틀은 올해에 결정됩니다.

왕언장이 말하였다.
"나는 본래 필부(匹夫)로서 양의 은혜를 입어 지위가 상장(上將)에까지 이르렀으며, 황제와 더불어 15년 동안이나 교전(交戰)하였는데, 지금 군대는 패배하고 힘은 다하여서 죽는 것이 나 스스로의 몫인데 설령 황제가 불쌍히 여겨서 나를 살린들 내 무슨 면목으로 천하의 사람들을 볼 수 있겠는가? 어찌 아침에는 양의 신하가 되었다가 해질녘에는 당의 신하가 되는 일이 있겠소? 이는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이오."

이사원이 말하였다.
"병법에는 신속한 것을 귀히 여깁니다. 지금 왕언장이 사로잡혔는데, 단응이 반드시 아직 이를 알지 못하고 있으며, 바로 어떤 사람을 도주하게 하여 보고하게 한다고 해도 의심하던지 믿던지 간에 오히려 사흘이 필요합니다.

양주는 사람됨이 온순하고 공손하며 절약하여 주색에 빠지는 실수가 없었는데, 다만 조엄과 장한걸을 총애하고 신뢰하여 위엄과 복(福)을 멋대로 하게하고 경상과 이진의 옛 신하를 소외시키고 버려서 그들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멸망하기에 이르렀다.

황상이 그를 심히 후하게 대우하면서 조용히 물었다.
"짐이 오와 촉에 군사행동을 하려고 하는데, 두 나라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하겠소?"
고계흥이 촉의 길은 험하여 빼앗기가 어려워서 마침내 대답하였다.
"오의 땅은 척박하고 백성들은 가난하니 그들을 이겨도 이익이 없고, 촉을 먼저 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촉의 토질은 풍요롭지만 또 주군은 거칠고 백성들은 원망하니 그들을 정벌하면 반드시 승리합니다. 촉을 이긴 후에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서 오를 빼앗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을 뿐입니다."
황상이 말하였다.
"좋소!"

황제가 고계흥을 남기려고 하자 곽숭도가 간하였다.
"폐하께서 새로이 천하를 획득하였는데 제후들은 자제와 장좌(將佐)들을 파견하여 들어와서 진공하게 하는데 지나지 않았지만, 오직 고계흥만은 몸소 스스로 들어와서 조현하였으니 마땅히 포상하여서 오는 것을 권고해야 하며, 마침내 얽어매서 남겨두고서 보내지 않은 것은 신뢰를 저버리고 의리를 이지러뜨리는 것이어서 사해(四海)의 마음을 막는 것이지 계책이 아닙니다."
마침내 그를 보냈다. 고계흥이 배나 빠른 길로 떠나 허주(許州, 하남성 허창시)에 도착하여 좌우의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이번 행차에는 두 가지 실수가 있었다. 와서 조현한 것이 하나의 실수요, 나를 풀어주어서 떠나오도록 한 것이 또 하나의 실수였다."

또 장좌(將佐)들에게 말하였다.
"새로운 왕조가 백번 싸워서 바야흐로 하남(河南)을 얻고서 마침내 공신들에 대하여 손을 들고 ‘나는 열 손가락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고 말하였소.?
자랑함이 이와 같다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공로가 없다는 것이니, 그 누가 흩어져 버리지 않겠소! 또 수렵과 미색에 거칠어져 있으니 어찌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겠소? 우리는 걱정할 것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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