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듣건대 이아자(李亞子, 이존욱)가 자리를 계승한 이래로 지금까지 10년 동안 성을 공격하고 들판에서 싸우면서 친히 화살이나 돌과 맞서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양유(楊劉, 산동성 동아현 동북쪽, 옛 황하 남쪽 기슭 나루)를 공격하면서 몸소 땔나무를 짊어지고 사졸보다 앞장을 서서 한 번 북을 두드리고서 그곳을 뽑았습니다.

폐하께서는 부드럽고 고아하여 학문을 지키며 편안히 만족해하시면서 하괴(賀?)의 무리로 하여금 그들을 대적하게 하여 노략질하는 원수를 물리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신이 알 바가 아닙니다. 폐하께서는 의당 많은 노인들에게 자문하여 다른 대책을 강구하십시오.

애초에, 촉주가 비록 당의 제도를 이어받아 추밀사를 두고 오로지 사인(士人)을 기용하였지만 당문의가 죄를 짓게 되자 촉주는 제장들이 대부분 허주(許州, 하남성 허창시)의 옛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어린 주군을 위하여 쓰이지 않을까를 두려워하였으니, 그러므로 송광사에게 이를 대신하게 하였다. 이로부터 환자(宦者)들이 용사(用事)하게 되었다.

조왕(趙王) 왕용(王鎔)과 왕처직(王處直)이 모두 사자를 파견하여 편지를 보내어 말하였다. "원원(元元, 백성)의 목숨은 왕에게 달려 있고 본 조정[당]의 중흥도 왕께 달려 있는데, 어찌하여 스스로 가볍게 이와 같이 하십니까?" 왕이 웃으면서 사자에게 말하였다. "천하를 평정하는 사람이 백번 싸우지 않고서 어느 곳으로부터 그것을 얻겠는가? 어떻게 깊은 유방(?房)에 살면서 스스로 살을 찌우겠는가?"

엄가구가 이미 명령을 받고 나서 금릉(金陵, 남경시)에 도착하자 서온을 만나서 그에게 유세하였다. "우리는 당의 정삭(正朔)을 받들고서 항상 부흥할 것을 말거리로 삼았습니다. 지금 주(朱)와 이(李)가 바야흐로 다투다가 주씨가 날로 쇠퇴하고 있으며 이씨는 날로 솟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아침에 이씨가 천하를 소유하게 되면 우리가 북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그의 신하가 될 수 있겠습니까? 먼저 오를 건설하여 백성들의 희망을 묶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주덕위가 말하였다. "적이 두 배나 빠르게 왔고 아직 거처할 곳이 없으며 우리 군영의 목책은 이미 견고하니 지키고 준비하는데도 여유가 있으며, 이미 적의 경계로 깊이 들어왔으니 행동에는 반드시 만전을 기하고 가볍게 출동해서는 안 됩니다. 이곳은 대량과의 거리가 지극히 가까워서 양의 군사들이 각기 그의 가족을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분노를 품고 격노하면 방략(方略)을 가지고서 그들을 제압하지 못하면 뜻을 얻기가 어려울까 두렵습니다. 왕께서는 의당 군사들을 억눌러서 싸우지 말게 하고, 저 주덕위가 청컨대 기병을 데리고 그들을 어지럽게 하여 저들로 하여금 휴식을 하지 못하게 하고, 저물 때까지 군영과 보루를 아직 세워지지 못하게 하고, 땔나무와 불 땔 준비가 갖추어지지 않게 하여, 그들이 피곤하고 지친 것을 이용하면 한 번에 멸망시킬 수 있습니다."

무릇 승부를 결정지으면서 적을 헤아리는 것은 오직 정세만을 관망하여야 하는데, 정세가 이미 얻어진다면 결단코 의심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왕의 성패는 이 한 번의 전투에 달려 있으니, 만약 결심하고 힘써서 승리를 빼앗지 아니하면 나머지 무리를 마음대로 거두어 북쪽으로 돌아간들 하삭(河朔, 화북대평원)은 왕의 소유가 아닙니다."

서온이 탄식하며 말하였다. "천하가 흩어지고 혼란한 지가 오래되어 백성들의 곤핍함이 이미 심한데, 전공(錢公)도 역시 아직은 쉽게 가벼이 할 수 없으며, 만약 계속되는 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바야흐로 여러분의 걱정거리가 될 것이오. 지금 전쟁에서 승리하여서 그들을 두렵게 하고 있는데, 전쟁을 그치고 그들을 품어서 두 지역의 백성들로 하여금 각기 그들의 직업에서 편안히 하고, 임금과 신하들은 베개를 높이 베게 한다면 어찌 기쁘지 않겠소? 많이 죽여서 무엇을 한단 말이오!" 드디어 이끌고 돌아갔다.

애초에, 당이 고려[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천우(天祐)초에 고구려의 석굴사(石窟寺)의 애꾸눈 승려인 궁예(躬乂)가 무리를 모아서 개주(開州, 개성시)를 점거하고 왕이라 칭하고 대봉국(大封國)이라 불렀는데, 이에 이르러 좌량위(佐良尉)인 김입기(金立奇)를 파견하여 오에 들어가서 공물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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