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왕이 역루(驛樓)에 올라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주군인 우두머리를 능멸하고 위협하였으며, 백성들에게 잔혹하고 포학하여 며칠 사이에 말머리에 와서 원통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100여 무리였다. 나는 지금 군사를 일으켜 와서 백성을 편안히 하는 것이지 남의 토지를 탐하는 것이 아니다. 너는 비록 나에게 공로가 있다고는 하나 나는 하는 수 없이 너를 죽여서 위주의 사람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드디어 장언과 그의 패거리 7명의 목을 베자 나머지 무리는 두려워서 떨었다. 왕이 그들을 불러 달래며 말하였다. "죄를 주는 것은 여덟 명에 그치고 나머지에게는 물을 것이 없다. 지금으로부터 마땅히 힘을 다하여 나의 조아(爪牙)가 되어 달라." 무리가 모두 엎드려 절하며 만세를 불렀다.
유심이 낙평(樂平, 산서성 석양현)에 도착하였는데 구량(?糧)이 또 다 떨어졌으며, 또 듣기로는 진이 대비하고 있고 추격하는 군사가 뒤에 있다고 하자 무리들이 두려워하여 곧 무너지려고 하니 유심이 그들을 달래며 말하였다.
"지금 집에까지의 거리는 1천 리이며 적의 경계로 깊이 들어와서 앞뒤로 군사가 있고 산과 골짜기는 높고 깊어 마치 우물 속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은데, 떠나간들 장차 어디를 가겠는가? 오직 힘써 싸워야만 거의 벗어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죽음으로써 임금과 어버이에게 보답할 뿐이다." 무리들이 울음을 멈추었다.
신은 지금 물러나 신현(莘縣, 산동성 신현)을 지키면서 병사들을 먹이고 군사들을 훈련시키면서 나아가 빼앗을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건대 그들의 군사 수는 매우 많고 말 타기와 활쏘기를 잘 익혔으니 진실로 강한 적이 되어 쉽게 가벼이 여겨서는 아니 됩니다. 진실로 틈이 있으면 올라탈 수 있는 것이지 신이 어찌 감히 안일함을 도둑질하다가 적구(敵寇)를 기르겠습니까?"
거란왕(契丹王) 야율아보기(耶律阿保機)는 여러 부의 군사 30만을 인솔하고 ‘백만 명’이라고 부르면서 인(麟, 섬서성 신목현)과 승(勝, 내몽고 탁극탁현)에서부터 진의 울주(蔚州)를 공격하여 그곳을 함락시키고 진무(振武, 치소는 삭주)절도사 이사본(李嗣本)을 사로잡았다
매년 일찍이 수확하여 청야(淸野)하고 성벽을 견고하게 하고서 거란을 기다렸는데, 거란이 도착하면 번번이 성벽을 폐쇄하고 싸우지 아니하고 그들이 떠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날쌔고 용감한 사람을 뽑아서 좁은 곳을 점거하고 그들을 맞게 하여 거란이 항상 이로움을 잃고 도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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