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진이 말하였다. "무릇 싸움에서 두려워하면 승리하고 교만하면 패배합니다. 지금 회남(淮南)의 군사가 곧장 우리 성을 향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교만하여서 적을 경시한 것이지만 그러나 왕께서 두려운 기색이 있으니 우리는 이로써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표문을 올려서 말하였다. "신의 관직은 대신에 참여하였고 가깝기로는 맏아들이었으며 국가의 일은 저의 기쁨과 걱정은 같이 하였습니다. 지금 아직 저이(儲貳, 태자)가 결정되지 않았으므로 반드시 재앙의 실마리가 생길 것입니다.

진왕이 제장들과 더불어 모의하여 말하였다. "상당(上黨, 산서성 장치시)은 하동(河東)의 울타리로 막는 것인데 상당이 없어지면 이는 하동도 없는 것이다. 또 주온(朱溫)이 두려워한 사람은 오직 돌아가신 왕뿐이었는데, 내가 새로 옹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동자(童子)로 생각하여 군사들을 훈련시키지 않으니 반드시 교만하고 나태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만약 정예의 군사를 선발하여 배나 빠른 속도로 행군하여 그곳에 가서 그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나타난다면 그들을 깨뜨리는 것은 분명하다. 위엄을 얻게 되고 패권을 확정하는 것이니 이 한 번의 기회를 잃어서는 안 된다."

무리가 모두 원하지 아니하면서 말하였다. "진인(晉人)들의 이긴 기세가 바야흐로 예리하며 또 무리의 수가 적어서 대적할 수 없습니다."
우존절이 말하였다. "위험한 상황을 보고서도 구원하지 못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적군의 강함을 두려워하여 그들을 피한다면 용기가 아니다." 드디어 채찍을 들고 무리를 이끌어 전진하였다.

황제는 다시 종척(宗戚)들과 더불어 궁중에서 음주를 하고 도박을 하였는데, 술이 무르익자 주전욱이 홀연히 옥을 던져서 동이를 깨어 술이 모두 흩어지게 하면서 황제를 흘겨보며 말하였다.
"주삼(朱三)이, 너는 본래 탕산(?山, 안휘성 탕산현)의 일개 백성이었는데, 황소(黃巢)를 좇아 도적이 되었고, 천자는 너를 기용하여 사진(四鎭)절도사로 삼아서 부귀가 극에 달하였는데, 어찌하여 하루아침에 당가(唐家)의 300년의 사직을 멸망시키고 스스로 제왕을 칭하는가? 행위로는 마땅히 족멸당할 것이거든 어찌하여 도박을 하려는 건가?"

황제는 기분이 좋지 않아서 해산하였다. 을축일(19일)에 유사에 명령하여 천지·종묘·사직에 고(告)하게 하였다. 정묘일(21일)에 사신을 파견하여 주(州)·진(鎭)에 널리 알렸다. 무진일(22일)에 크게 사면하고 연호를 고쳤으며, 국호를 대량(大梁)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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