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연이 말하였다. "무기란 흉한 그릇이어서 백성을 해롭게 하고 재물을 소모시키는 것이니, 끝까지 다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양(梁, 주전충)과 진(晉, 이극용)의 호랑이들이 싸우니 세력이 양립할 수 없는데, 만약 합병하여 하나가 되어서 군사를 일으켜 촉(蜀)으로 향한다면 비록 제갈량(諸葛亮)이 다시 태어난다 하여도 대적할 수 없습니다."

갑오일(9일)에 소해는 같은 서열에 있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말씀을 올렸다. "시호(諡號)의 좋고 나쁜 것은 신하들이 사사로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앞선 황제의 시호는 대부분이 지나치게 아름답게 한 것을 찬미한 것이니, 빌건대 다시 상세히 의논하게 해주십시오."

애초에, 전승사(田承嗣)는 위박(魏博, 치소는 위주, 하북성 대명현)을 진수하면서 6개 주(州)의 날래고 용감한 장사 5천 명을 가려서 모집하여 아군(牙軍)으로 삼았고, 그들에게 공급하는 것과 하사품을 두텁게 주면서 자기를 지키게 하는 심복으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부자간에 서로 계승되어 친한 무리들이 아교로 붙인 것처럼 견고해져서, 세월이 오래되면서 더욱 교만해지고 전횡하였으며, 조금이라도 뜻과 같지 않으면 번번이 이전의 통수를 족멸하고 이를 바꿨는데 사헌성(史憲誠) 이래로부터 모두 그들의 손에 의해 옹립되었다.

무릇 천하를 위하는 자는 작은 원망(怨望)을 돌아보지 말아야 하고, 또 저들이 일찍이 우리들을 곤란하게 하였지만 우리들이 그들의 위급함을 구원해 주는 것은 덕(德)으로 그들을 품에 안는 것이어서 마침내 한 번의 거동으로 명분과 실리에 부합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다시 떨쳐 일어나게 될 시기이니 잃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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