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은 천천히 그들에게 타일러서 말하였다.
"사람이 살면서 마땅히 먼저 반역과 순종을 깨달아야 하고, 다음으로는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을 알아야 한다. 황소는 전날에 소금을 팔았던 야만인일 뿐인데, 공(公) 등이 여러 대를 걸친 천자를 버리고 그에게 신하 노릇을 한다면 과연 어떻게 이롭겠는가? 지금 천하의 근왕(勤王)하는 군사들은 모두 경기(京畿)에 모였는데 치청(淄靑, 평로절도사부의 치소)만이 오직 이르지 않았으며, 어느 날 아침에 도적이 평정되고 천자는 올바르게 돌려놓을 것인데, 공(公) 등은 무슨 면목으로 천하 사람들을 보겠소? 일찍이 가서 공명(功名)을 나누고 부귀를 차지하지 않는다면 후회해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오."

그러나 내가 너의 한 집안사람들을 살려 주었으니 너는 마땅히 나를 위하여 영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몰래 말하라. ‘복야는 너희들을 불쌍히 생각하여 모두 양인(良人)인데 도적에게 통제를 받아서 인정상 부득이 한 것이다. 상서는 너희들을 구원하여 깨끗이 씻어주고자 하니 상서가 오면 너희들은 각기 무기를 던져버리고 영접하며 항복하면 상서는 당연히 사람을 시켜서 너희들의 등에다가 귀순(歸順)이라는 글자를 쓰게 하여 너희들을 보내어 옛날 직업을 회복하게 할 것이다.

이극용은 당시에 스물여덟 살이었는데 제장 가운데 가장 어렸지만 황소를 격파하고 장안을 수복하는데 공로가 으뜸이었고, 군사세력도 가장 강하여 제장들이 모두 그를 두려워하였다. 이극용은 한쪽 눈이 조금 쑥 들어 간 애꾸눈이어서 당시의 사람들은 그를 ‘독안룡(獨眼龍, 외눈박이 용)’이라고 하였다.

"경이 말하기를 유씨(劉氏)가 부흥한다고 하였는데, 누가 그 괴수인지를 모르겠다. 짐을 유현(劉玄)과 자영(子?)에게 비교하였으니 얼마나 대단히 무망(誣罔)한 것인가?" 또 말하였다. "하물며 하늘의 걸음걸이가 아직은 기울어지지 않고, 황실의 기강은 오히려 반듯하며, 삼령(三靈)이 어둡지 않고 백 가지의 법도가 모두 존재하며, 군신 간의 예의와 위아래의 명분은 의당 준수되어 아직은 무너져 능멸되지 않았다. 짐이 비록 충인(沖人)이지만 어찌 가벼이 하고 모욕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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