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군자와 소인이 서로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얼음과 숯불을 한 그릇에서 둘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자리를 얻으면 소인을 물리치고 소인이 세력을 얻으면 군자를 밀치니 이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그러나 군자는 어진 사람을 올리고 불초(不肖)한 사람을 물리치며 그 마음에 두는 것이 공정하고 사물을 가리키는 것 역시 알찹니다. 소인은 그가 좋아하는 것을 기리고 싫어하는 것을 비난하며 그가 마음을 두는 것은 역시 사사롭고 사물을 가리키는 것 역시 속임입니다.
공정하고 알찬 것을 바르고 곧은 것이라고 하고 사사롭고 속이는 것을 붕당이라고 하니, 인주에게서 그것이 분별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리하여 현명한 주군이 위에 있으면 덕망을 헤아려서 자리를 매기고, 능력을 헤아려서 관직을 주며, 공로를 세운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죄가 있는 사람에게는 형벌을 주며, 간사한 사람이 미혹할 수 없고, 아첨하는 사람이 이동시킬 수 없습니다. 무릇 이와 같으면 붕당이 어찌 스스로 생기겠습니까!
무릇 나무가 썩으면 좀이 생기고 식초가 시면 파리가 모이니, 그러므로 조정에 붕당이 있게 되면 주군은 응당 스스로를 허물해야지 여러 신하들을 허물해서는 아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