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단지 급박한 현실 문제들의 통증을 완화해주는 반짝 아이디어 같은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사회를 지탱해주는 중심 기둥이다. 누구에게나 일과 일 이외의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꽃 피울 만큼의 진정한 자유가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하며, 이런 자유로운 사회는 기본소득을 기둥으로 해서 만들어진다. 이는 과거의 성취를 지켜내거나 지구적 시장의 독재에 저항하는 정도를 훌쩍 넘어서서 과거의 사회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모두 근본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위기를 기회로, 체념을 결심으로, 고통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모종의 비전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은 그러한 비전을 구성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이 제도에서 결정적 핵심은 ‘무조건적’으로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며, 이 무조건적이라는 형용사의 의미는 절대적인 것이 되어야만 한다. 기존 제도들 중에도 이미 ‘무조건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있지만, 이는 그 형용사의 약한 의미에서만 그러할 때가 많다

우리의 주장은 이렇다. 앞에서 정의했듯이 21세기의 새로운 상황에서 무조건적 기본소득과 기존의 조건부 최저소득 제도 같은 공공부조 제도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양쪽 모두 빈곤 문제를 해소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무조건적 기본소득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사회의 주변부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권력 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 목적은 그저 빈곤의 참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다 함께 해방시키는 데 있다. 기본소득은 단지 궁핍한 이들이 이 세상에서의 삶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동경할 만한 세상 그리고 그렇게 바뀐 세상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인 것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앞에서 설명했던 세 가지 무조건성(개인에게 지급한다, 보편적으로 지급한다, 아무 의무도 부과되지 않는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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