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부상서 양어릉(楊於陵)이 말하였다. "전(錢)은 백가지의 물품을 저울질하는 것이며, 있고 없는 것을 바꾸거나 옮기게 하여 마땅히 흐르게 하거나 흩어지게 해야 할 것이지 모아서 쌓아두는 것은 마땅하지가 않습니다. 지금 백성들에게 세금을 매긴 전은 이를 공부(公府)에 쌓아놓고 있는데, 또 개원(開元, 현종의 연호) 연간에는 천하에서 전(錢)을 주조하는 곳은 70여 개의 노(爐)가 있었고, 매년 백만 전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겨우 10여 개의 노이며, 매년 들어오는 것이 15만이며, 또한 상인의 집에 쌓여 있고 또한 사이(四夷)에게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유주(幽州, 북경시)와 진주(鎭州, 하북성 정정현)를 깨끗이 쓸어내고 싶으시면 먼저 조정을 바로잡아 맑게 해야 합니다. 왜 그러하겠습니까? 걱정거리에는 크고 작은 것이 있고, 일을 논의하는 데는 먼저 할 것과 뒤에 할 것이 있습니다.
악한 신하는 반드시 천하를 어지럽게 합니다. 이러하니 하삭의 걱정거리는 작고 금위의 걱정거리는 큽니다. 작은 것은 신이 제장들과 더불어 반드시 잘라서 없앨 수가 있지만 큰 것은 폐하께서 깨닫고 통제하고 자르지 않으면 쫓아내 없애 버릴 수가 없습니다.
"폐하께서 반드시 천하 사람들의 마음을 거두어들이고자 한다면 마땅히 종이 반쪽으로 조서 내리는 일을 그치시고, 유승해가 교만하고 제멋대로 한 죄를 구체적으로 다 늘어놓고, 유오로 하여금 장사들을 모아 놓고 그를 목 베도록 하게한다면 번진의 신하 가운데 누가 폐하를 위하여 목숨을 바칠 것을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유오 한 사람 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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