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春秋)》에는 초자(楚子) 건(虔)이 채후(蔡侯) 반(般)을 유인하여 그를 신(申, 하남성 남양시 북쪽)에서 죽였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열국(列國) 사이였는데도 공자는 오히려 깊이 이를 폄하(貶下)하였고 그가 유인하여 토벌한 것을 미워하였습니다. 하물며 천자가 되어서 필부(匹夫)를 유인함에서야!
슬픕니다! 헌종(憲宗)이 참란(僭亂)을 깎아 평정하고서 거의 승평(升平)에 도달하였는데, 그 아름다운 업적이 끝내지지 아니한 까닭은 진실로 가까이 보는 공로를 좇다가 커다란 신의를 두텁게 하지 못한 연고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그곳이 그렇게 된 까닭을 추적해 보니 모두가 도망친 호구가 낼 세(稅)를 이웃에게 배당하여 몰아내도록 압박하여 모두 도망하게 만든 것이라고 하고, 이는 모두 재물을 긁어모으는 신하가 아랫사람에게서 긁어서 윗사람에게 아첨하면서 오직 연못을 마르게 할 생각만 하였지 물고기가 다 없어지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빌건대, 조서를 내리시어서 도망한 호구의 몫을 배당하는 폐단을 끊게 하여 주십시오. 도망한 호구의 재산을 가지고 세금을 다 갚게 하고, 모자라는 것은, 빌건대 이를 면제하여 주십시오. 계산해 보건대,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은 모두 농사짓는 일에 복귀할 것입니다."
무릇 권력과 귀한 집의 문을 엿보며 큰소리를 쳐 가며 스스로 기이한 기술을 떠벌이며 무리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모두 불궤(不軌)하여 이익을 좇는 사람이니 어찌 그 말을 믿고 그의 약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무릇 약은 질병을 낫게 하는 것이지 아침저녁으로 항상 먹는 물건이 아닌데, 하물며 금석(金石)은 혹독하게 맵고 독성이 있고 또 화기(火氣)를 북돋우어 거의 사람의 오장(五臟)이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닌 경우에서 이겠습니까?
또 새벽부터 저녁까지 배우와 더불어 가까이 하고, 하사하여 주는 것이 지나치게 후합니다. 무릇 금백(金帛)은 모두 백성들의 고혈(膏血)인데 공로를 세운 사람이 아니면 주어서는 안 됩니다. 비록 내장(內藏)에 여유가 있다고 하여도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이를 아끼시어 만에 하나라도 사방에 사건이 있게 되면 유사(有司)로 하여금 다시 백성들에게서 많이 거두지 않게 하십시오."
사관(史館)의 수찬인 이고(李?)가 말씀을 올렸다.
"화란(禍亂)을 안정시키는 것은 무공(武功)이고 태평을 일으키는 것은 문덕(文德)입니다. 지금 폐하께서 이미 무공으로 해내를 평정하였으니 만약에 낡은 일들을 끝까지 고치시고, 고조와 태종의 옛날 제도를 회복시키시려면 충성스럽고 바른 사람을 채용하여 의심하지 말고, 사악하고 아첨하는 사람을 물리쳐서 가까이 하지 않으며, 세법(稅法)을 고쳐서 전(錢)을 독촉하지 않고 포백(布帛)을 받으십시오. 진헌(進獻)하는 일을 끊고, 백성들의 조부(租賦)를 너그럽게 하시고, 변방에 있는 군사들을 두텁게 해주어서 융적(戎狄)이 침입하여 도둑질하는 것을 막고, 자주 대제관(待制官)을 방문하여 막히고 가린 것을 통하게 하십시오. 이 여섯 가지는 정치의 근본이며 태평스러움이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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