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8년 유럽이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으로 진입하고 있을 때 해금 정책을 결정한 중국은 인도양에서 후퇴하고 있었다. 아시아의 해양 세계가 완전히 활동을 멈춘 것은 결코 아니며 류큐를 비롯한 거점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발전한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날의 활력 넘치는 해상 활동을 대신하지는 못했다. 얼마 후 유럽인이 인도양 세계에 출몰하기 시작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근대사의 시작 시점에서 세계 최강의 해상력을 가진 세계 최대의 제국이 스스로 무대를 떠나고 그 빈자리에 유럽 세력이 들어왔다. 이들은 국가와 상인 자본이 결합한 탄탄한 조직을 갖추고 세계의 바다로 공격적으로 팽창해나갔다. 중국이 바다 너머 세계를 자신들의 세계 내부로 끌어들이려 한 반면 유럽은 바다를 통해 세계로 외연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근대 세계의 해양 패권은 유럽의 차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