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화’는 아포이키스모스(apoikismos)라는 용어를 번역한 것이다. 그리스어 아포이키아(apoikia)에서 온 것으로, ‘집에서 떨어진 집(home away from home)’을 뜻한다.(Antonaccio, 220~223)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주민들이 해외로 나가 새로 지은 ‘작은집’은 원래의 ‘큰집’에 정치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독립 공동체로, 19~20세기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영토 지배에 큰 관심이 없었다. 사실 이 시기는 ‘모국’ 자체도 형성 중인 때였기 때문에 먼 이역 땅으로 가서 ‘영토’를 확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고대 지중해 사람들이 확산해갈 때 그 형태는 매우 다양하며, 개인적일 수도 있고 집단적일 수도 있다.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은 상인, 장인, 용병 등 부류가 실로 다양했다. 어떻든 국가가 주도하여 의도적ㆍ계획적으로 주민들을 내보내 영토를 차지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다시 정리하면, 지중해 세계는 지리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 단일한 구조가 아니며, 페니키아와 그리스 민족의 해상 활동을 두고 해양 식민 ‘제국’을 건설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Antonaccio, 220~223) 그보다는 올리브기름, 포도주, 직물, 도자기, 철, 은 같은 상품이 이동하고, 건축, 문자, 시가 등 문화 자산들이 전달되는 해상 네트워크들의 중첩으로 그리는 게 타당하다. 지중해 해안 지역은 일종의 세포막(membrane)이다. 선박이 해안까지 오면 강들이 모세혈관 역할을 하여 상품과 문화 자산들을 내륙으로 흡수해간다. 이렇게 해서 물질문화, 관습, 이데올로기, 음식 그리고 사람의 유전자까지 전파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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