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도다! 당(唐) 덕종(德宗)의 깨닫기 어려움이여! 옛날부터 근심거리가 된 것은 임금의 은택에 막혀 아래로 전달되지 않고, 힘없는 백성들의 뜻이 막혀 위로 통하지 않는 것이니, 그러므로 군주가 위에서 힘써 구휼을 하여도 백성들은 이를 마음에 품지 못하고, 백성들이 아래에서 근심에 싸여 원망하여도 군주가 알지 못하여, 떨어져 나가며 배반을 하고 위급해져서 망하는 데에 이르는 것은 모두 이러한 것 때문입니다.

임금 된 사람은 천하를 자기 집으로 삼았으니, 천하의 재물은 모두 그의 소유입니다. 천하의 재물에 기대어 천하의 백성들을 키우면 자신도 반드시 기쁘게 되는 것입니다. 혹시 마침내 다시 사사롭게 쌓아 둔다면 이는 필부(匹夫)의 천박한 마음입니다. 옛 사람이 말하였습니다. ‘가난하면 검소함을 배우지 못한다.’ 무릇 많은 재물을 가진 사람은 사치한 욕심이 스스로 오는 것입니다.

이필이 말하였다. "하늘의 명령은 다른 사람들 모두가 이를 말할 수는 있지만 오로지 임금과 재상은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대개 임금과 재상은 명령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만약 명령을 말한다면 예·악·형·정(禮·樂·刑·政)이 모두 쓸데가 없게 됩니다. 주(紂)가 말하기를, ‘내가 살아 있으니 목숨이 하늘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상(商, 은나라)이 망한 까닭입니다!"

황상이 말하였다. "오로지 경(卿)은 저들 세 사람과 다르오. 짐(朕)이 말을 한 것이 합당하면, 경은 기쁜 빛을 띠었고, 합당하지 아니하면 항상 근심스런 얼굴빛을 하였소. 비록 때로는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였는데, 예컨대 조금 전에 말한 주왕(紂王)이 망하게 하였다고 하는 종류들이오. 짐이 이것을 자세히 생각하니 모두 경은 일이 일어나는 것보다 먼저 말을 하였으니, 이와 같이 하면 다스리는 것이 편안해졌고, 저들 같이 하면 위태하고 어지러워졌으며, 말은 비록 깊고 절박하였으나 기색은 온화하고 유순하여, 양염(楊炎)과 같은 업신여김이나 거만함이 없었소.

짐이 어려운 것을 물으면서 말을 주고받아도, 경(卿)의 말씨와 도리에서 굽히지 않았고, 또 조금도 이기기를 좋아하는 뜻이 없으면서도 곧바로 짐으로 하여금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이 다하여 없어지게 하여 굴복하여 따르지 않을 수 없게 하였으니. 이러한 것들이 짐이 사사롭게 경을 얻은 것을 기뻐하는 까닭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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