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지금에 있어서 시급한 업무는 여러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데 있으며, 만약 여러 사람의 마음이 매우 원하는 것이면 폐하께서 먼저 그것을 시행하시고 아주 싫어하는 것은 폐하께서 먼저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이 듣건대 나라를 세우는 근본은 많은 사람을 얻는데 있으며, 많은 사람을 얻는 요체는 인정(人情)을 보는데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중니(仲尼, 공자)는 인정이라는 것은 성왕(聖王)의 밭이라고 말하였으니, 이도(理道)가 나오는 곳을 말한 것입니다."

"《주역》에 건괘(乾卦)가 아래에 있고 곤괘(坤卦)가 위에 있는 것을 태괘(泰卦)라고 하고, 곤괘가 아래에 있고 건괘가 위에 있는 것을 비괘(否卦)라고 하였으며, 위에서 덜어내서 아래에 더해주는 것을 익괘(益卦)라 하였고, 아래에서 덜어내서 위에 더해주는 것을 손괘(損卦)라고 하였습니다."

무릇 하늘이 아래에 있고 땅이 위에 있으면 위치에서는 어긋난 것인데, 반대로 그것을 태괘라고 한 것은 상하가 교류하기 때문입니다. 주군이 위에 있고 신하가 아래에 머무르면 의리에서는 순종하는 것이나 도리어 그것을 비괘라고 한 것은 위아래가 교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직 믿음과 정성은 잃어버리게 되면 보충할 길이 없습니다. 한 번 정성스럽지 않으면 마음을 보전하지 못하고 한 번 미덥지 않으면 말을 실행하지 못합니다. 폐하께서 말씀하시기를 정성과 믿음에서 실수하여서 재난이 만들어지도록 하였다고 하셨는데, 신이 가만히 보건대 그 말이 잘못입니다."

대개 사람이 되어 행동을 하게 되면 반드시 허물과 부족함이 있는 것은 상지(上智)와 하우(下愚)
가 모두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허물을 고쳐서 선(善)으로 옮기고 어리석은 사람은 허물을 부끄러워하면서 끝내 그른 일을 하는데, 선으로 옮기면 그 덕은 날로 새로워지고 끝내 그른 일을 하면 그 악은 더욱 쌓여집니다.

"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내가 좋아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였다는 것이고, 간하는 사람이 직언을 하였다면 내가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인 것입니다. 간하는 사람이 미친 듯 속인다면 내가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고, 간한 것이 새나가면 내가 좇을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주군과 간하는 사람이 바꾸어서 서로 이익이 되는 길입니다.

가만히 생각하건대, 허물을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잘못을 고치는 것이 어려우며, 선을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선을 행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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