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빛의 양자컴퓨터
후루사와 아키라 지음, 채은미 옮김 / 동아시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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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컴퓨터는 전자회로를 사용하여 계산 처리를 실행하거나 메모리에 기록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사용되는 전기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되어 배출되고 있다. 따라서 계산 처리가 고속화되면 될수록 대량의 열이 발생한다.(p11)... 일반적으로 양자컴퓨터라고 하면 고전컴퓨터에 비해서 계산 처리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다는 점이 가장 기대되고 있으나, 본질은 그 점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매우 작은 에너지로 계산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_ 후루사와 아키라, <빛의 양자컴퓨터> , p12/104

후루사와 아키라 (古澤明, 1961 ~ )의 <빛의 양자 컴퓨터>는 광양자컴퓨터 개발자인 저자가 설명하는 양자컴퓨터의 기본과 광양자컴퓨터의 개발 현황 등을 일반인을 대상으로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입문 내용은 다른 개론서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양자컴퓨터의 본질을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으로 바라본 관점이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양자컴퓨터를 이용하여 실제로 계산 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고전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정보 단위 ‘비트‘에 상응하는 ‘양자비트‘가 필요하다. 양자비트란 고전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비트가 ‘0‘과 ‘1‘ 중 하나로 정보를 표현하는 것에 반해, ‘0‘이면서 ‘1‘인 중첩 상태를 가진다. _ 후루사와 아키라, <빛의 양자컴퓨터> , p24/104

양자컴퓨터는 ‘양자중첩‘과 ‘양자얽힘‘이라는 양자 세계의 특성을 활용하여 고전컴퓨터에서 사용되는 비트와 회로, 논리 게이트를 대신하여 양자 비트, 양자 회로, 양자 게이트를 활용한다. 또한, 양자 컴퓨터는 복소수를 활용하여 진폭과 위상을 나타나기에, 0과 1의 이진법 체계에서 구현되는 고전컴퓨터보다 빠르게 계산을 구현한다는 장점을 갖는다. 양자컴퓨터와 관련한 많은 책들이 이 부분에 집중하여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변화를 강조한다면, <빛의 양자 컴퓨터>는 ‘에너지 사용‘ 문제에 집중한다. 왜 에너지 사용 문제가 인상적인가. 그것은 양자컴퓨터의 상용화가 가져올 사회적 변화 때문이다. 일찍이 인터넷의 보급과 확산이 일부의 지식 독점권을 붕괴시켰듯, 양자컴퓨터는 또다른 사회변혁을 촉발시킬 것이다. 다만, 그 영향 역시 시간이 흘러 관측되기 전까지는 불확실할 것이다. 이 역시 양자역학이니까.

양자컴퓨터가 계산 처리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1) 계산 처리의 스텝 수, 즉 사용되는 논리 게이트의 수 줄이기, 2) 코어, 즉 계산 처리를 수행하는 회로의 클락 주파수 향상시키기. 즉, 1초간에 처리하는 신호의 수 늘리기. 3) 멀티 코어, 즉 코어를 여러 개 나열하여 병렬 계산하기이다... 양자컴퓨터라 하더라도 여기서 이야기한 세 가지 방법 중 무언가를 실현하지 않는 한, 고전컴퓨터보다 고속으로 계산처리를 할 수 없다. 한편, 애초에 양자컴퓨터가 고전컴퓨터보다 고속으로 계산 처리가 가능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생긴다. 하지만 양자컴퓨터가 실현되면 고전컴퓨터와 비교해서 대폭으로 소비전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즉, 만일 1)의 방법을 실현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양자컴퓨터라면 최소한의 전력으로 대량의 병렬 계산 처리를 할 수 있다. 거기에 추가로, 초고속 계산 처리가 가능해진다고 생각하면 되는 이야기이다. _ 후루사와 아키라, <빛의 양자텀퓨터> , p26/104

본문에서 언급되지만, 현재 슈퍼컴퓨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과다한 전력 사용으로 인한 발열 처리 문제다. 고속화된 계산 시 소비되는 전력과 발열처리 문제는 결국 자본의 문제로 귀결된다. 역사를 ‘에너지 문제‘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패권 = 에너지 통제권‘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고도의 에너지 사용을 필요로 하는 기존 고전컴퓨터 체계에서는 선진국과 후진국, 계층간 지식불평등의 문제가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기존질서에 대해 양자컴퓨터는 분명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정보차원의 문제뿐 아니라, 새로운 자산으로 떠오른 암호화폐(Cryptocurrency)의 문제까지 연관시켜 본다면 양자컴퓨터의 개발은 기존 금융 시장의 질서까지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오류 정정은 고전컴퓨터에서 필수적인 기능이다. 예를 들어, 1만 번에 한 번이라도 계싼을 틀리는 컴퓨터라면 우리는 절대 이용하지 않지 않겠는가. 오류가 사실상 없는 무오류 상태가 아니라면 컴퓨터라고 부를 수 없다. 그리고 이 무오류 상태를 실현하는 것이 오류 정정이다. 오류 정정을 양자컴퓨터에 적용하려고 하면 커다란 장벽에 직면한다. 그것은 양자비트의 경우, 중첩 상태에는 비트 반전 이외에도 여러 오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오류가 발생했는지 안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양자 상태를 직접 측정하면 파동 묶음이 수축해버린다. 즉, 고전적인 오류 정정과 같이 직접 측정해서 오류를 검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_ 후루사와 아키라, <빛의 양자컴퓨터> , p46/104

다만, 양자컴퓨터의 개발이 고전컴퓨터의 퇴출과 전면 대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관측 이전 불확실한 상태의 양자 상태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오류 정정‘을 위해서도 고전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병행 발전은 필수적이다. 결국, 양자컴퓨터가 빠른 연산과 전력 소비를 줄이더라도 고전컴퓨터의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같은 내용이 컴퓨터 분야에만 한정된 것을 아닐 것이다.

과거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가 <자본론 Das Kapital>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가변자본이 불변자본을 대체했고, 더 올라가 토머스 모어(Sir Thomas More, 1478~1535)의 <유토피아 Utopia>에서 양이 사람을 잡아 먹는 상황에서도 결국 노동력(Labor power)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인공지능(AI) 시대에서도 인간은 대체될지언정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생각하게 된다.

아직 양자컴퓨터의 시대는 열리지 않았다. 매우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다고 하지만, 제논의 역설에서 아킬레우스가 영원히 거북이를 이기지 못하듯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는 시점은 먼 미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 미래가 될 지 모를 양자컴퓨터가 오늘날 우리에게 의미를 갖는다면,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사용과 인본주의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 아닐까를 생각하며 책 리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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