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중요한 것은 엘랑 비탈의 개념이 『창조적 진화』의 마지막 말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의 3장 말미에 이르러 베르그손은 궁극적으로 운동의 개념을 통해 생명과 물질의 전개과정을 통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엘랑 비탈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초반부에 물질과 뚜렷이 구분되는 생명의 특성을 제시하기 위해 등장한 일종의 가설이다.

마치 『물질과 기억』이 정신과 신체의 이원론에서 출발함을 명확히 표명하면서도 말미에 가서는 운동의 개념으로 이들을 통일하고 있는 것과 같다. 즉 이원론을 이루는 두 요소들은 언제나 일원론으로 통일되기 위해서 잠정적으로만 첨예하게 구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지시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장켈레비치를 인용하면 그의 유명한 용어, 즉 <이원론적 일원론>이라는 말로 베르그손의 입장을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생명의 철학으로 알려진 『창조적 진화』의 입장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운동 혹은 흐름, 그의 용어로는 <지속>의 일원론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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