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의 본래 모습은 마땅히 업무를 위임하고 성공할 것을 책임지우는 것이며, 위임한 자가 마땅하다면 쓰인 자도 자연히 면밀하게 하였을 것입니다.

무릇 천하가 크고 사대부도 많지만, 이를 몇 사람의 손에 맡기고 도필(刀筆)을 채용하여 재주를 헤아리고 부서(簿書, 장부)를 조사하여 덕행을 살피므로, 설사 공평하기가 저울과 같고 밝기가 물과 거울과 같다고 해도 오히려 능력에는 끝이 있고 비추어 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데, 하물며 위임된 사람이 그에 적합하지 않다면 어리석고 어둡고 아부하고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는 폐단이 생길 것입니다.

"재상은 폐하의 배와 심장이고, 자사와 현령은 폐하의 손과 발입니다. 배·심장·손·발을 가지지 못하고서 자기 홀로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천하에는 위험한 기틀이 있는데, 화(禍)와 복덕은 그것으로 인하여 생깁니다. 기틀이 조용하면 복덕이 생기고, 기틀이 움직이면 화(禍)가 발생하는데, 백성이 바로 이것입니다.

무릇 큰 옥사(獄事)가 한 번 일어나면 남발되지 못하게 할 수 없고, 억울한 사람들이 탄식하면 화합의 기운을 상하게 하여 곳곳에 유행병을 발생시키고 홍수와 가뭄이 그것을 뒤따라와서 사람들이 생업을 잃게 되니, 화란(禍亂)을 일으키려는 마음은 두려워하는 가운데서도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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