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인일(9일)에 황상이 시중을 드는 신하들에게 물었다. "창업과 수성(守成)49에서 어느 것이 어려운가?"

방현령이 말하였다. "초매(草昧)할 처음에는 여러 영웅들과 나란히 일어나서 힘을 가지고 다툰 다음에 이들을 신하로 삼는 것이니 창업이 어렵습니다."

위징이 말하였다. "예로부터 제왕은 간난(艱難) 가운데서 이를 얻었고, 안일(安逸)한 데서 이를 잃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 수성이 어렵습니다."

황상이 말하였다. "방현령과 나는 함께 천하를 빼앗았으니, 백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한 번 살아났다. 그러므로 창업의 어려움을 안다. 위징과 나는 함께 천하를 편안하게 하였으니 항상 교만하고 사치스러움이 부귀한 가운데서 생기고, 화란(禍亂)은 소홀히 하는 데서 생겨날까 걱정하였다. 그러므로 수성의 어려움을 안다. 그러나 창업의 어려움은 이미 지나간 것이지만 수성의 어려움은 바야흐로 마땅히 여러분과 더불어 이를 신중히 하여야 한다."

방현령 등이 절하며 말하였다. "폐하께서 이러한 말을 하시기에 이르셨으니 사해(四海)의 복입니다."

무릇 비록 군자라도 적은 허물이 없을 수는 없는데 진실로 올바른 길에서는 해가 되지 않으니 이는 생략할 수 있습니다. 이미 군자라고 말하고 다시 그를 믿지 못할까 의심한다면 곧은 나무를 세워 놓고 그 그림자가 구부러질까 의심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폐하께서는 진실로 신중하게 군자를 선발하실 수 있고, 예(禮)로써 그를 믿고 채용하면 어찌 잘 다스려지지 않을까를 걱정하십니까?

위징이 간하였다. "신이 듣건대, ‘임금은 신하를 예(禮)로써 부리고, 신하는 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긴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대장군을 파견하여 망한 나라의 부녀자와 대질하여 휘장 속에서 있었던 사사로운 일을 말하게 하니, 사실이라고 하여도 얻는 것은 가볍고 헛된 말이라고 한다면 잃는 것은 무겁습니다.

정관(貞觀, 당 태종의 연호) 연간의 초기에 천하에는 기근이 들고 흉년이 들어서 쌀 한 말이 한 필의 비단 값이 되었으나 백성들이 원망하지 않는 것은 폐하께서 걱정하고 염려하며 잊지 않고 계신 것을 알았던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풍년이 들어서 한 필의 비단으로 속(粟) 10여 곡(斛)을 얻게 되었으나 백성들이 원망하고 탄식하는 것은 폐하께서 다시는 이러한 것을 생각하지 않고 대부분 급하지 않은 업무를 경영하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나라가 흥하느냐 망하느냐 하는 것은 쌓아 놓은 곡식이 많은지 적은지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고, 백성들이 고생하느냐 즐거워하느냐에 있습니다.

무릇 모양을 비추어 보려면 물을 고요하게 하는 것 만한 것이 없고, 실패한 것을 비추어 보는 데는 망한 나라만한 것이 없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수에서 거울을 찾아보시고, 사치를 제거하고 간략한 것을 좇으시며, 충성스러운 사람을 가까이 하시고, 망령된 사람을 멀리하며, 오늘날에 무사한 것을 가져다가 과거에 공손하고 검소하였던 것으로 계획을 세워 간다면 아주 훌륭하고 아주 아름답게 되어 진실로 견줄 만한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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