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嫡子)를 세우는 것에서 장자로 한다는 것은 예(禮) 가운데 올바른 것입니다. 그러나 고조가 천하를 소유하게 된 것은 모두 태종(太宗)의 공로였습니다. 은태자(隱太子)는 용열(庸劣)한데도 그의 오른쪽[위]에 있게 하였으니 처지는 혐의를 받게 되고 형세로는 압박을 받게 되었으니, 반드시 서로 용납하지 아니하였습니다. 만약에 고조가 문왕(文王) 같은 밝음을 가졌고 은 태자가 태백(泰伯)과 같은 현명함을 가졌으며, 태종이 자장(子臧)과 같은 절도를 가졌다고 한다면 화란이 어찌 스스로 일어났겠습니까?

무릇 창업을 하고 정통에게 내려준 군주는 자손들이 모범으로 삼는 것인데, 저 중종(中宗), 명종(明宗), 숙종(肅宗), 대종(代宗)이 전해서 이어받으면서 지적하는 구실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싸우지 않은 까닭은 내가 즉위한 날짜가 얼마 안 되었고, 국가가 아직은 편안하지 아니하며 백성들은 아직 부유하지 아니하니 또 마땅히 안정시켜서 그들을 위무하여야 하기 때문이었소. 한 번 야만인과 싸운다면 손해되는 것이 아주 많소. 야만인과 원한을 맺어서 깊어지면 두려워하여 대비할 것이니 나는 뜻을 얻을 수가 없을 것이오.

그러므로 갑옷을 말아놓고 창을 감추어 두고 금백으로 입을 막는다면 저들은 이미 바라는 것을 얻었으니 이치로 보아 당연히 물러갈 것이며, 뜻과 생각은 교만하고 타락하여 다시는 대비하지 않을 것이니, 그런 다음에 위엄을 길렀다가 틈새를 엿보아 한 번에 없애버릴 수 있소. ‘장차 그들을 빼앗으려고 한다면 반드시 그들에게 그것을 주어야 한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이오. 경은 이것을 알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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