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하면 세 가지의 이로움이 있습니다. 첫째는 아무도 없는 지경을 밟는 것이어서 승리를 거두는데 만전을 기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땅을 개척하여 무리를 거둬들여서 형세가 더욱 강하게 됩니다. 셋째는 관중지역에서 놀라게 되어 정(鄭)의 포위는 스스로 풀어집니다. 지금의 계책을 만든다면 이것을 바꿀만한 것은 없습니다."
병인일(9일)에 왕세충은 흰 옷을 입고 태자와 여러 신하 2천여 명을 인솔하여 군대의 영문에 와서 항복하였다. 이세민은 예를 가지고 그를 접대하니 왕세충이 엎드려 땀을 줄줄 흘렸다. 이세민이 말하였다. "경은 항상 어린아이로 생각하며 보더니 지금 어린아이를 보고서 어찌 그리 심하게 공손하십니까?" 왕세충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였다.
어찌 천명이란 위촉한 바가 아니겠으며, 사람의 힘으로 다툴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지금 죽고 패배한 것이 이와 같은데 지키는 것도 역시 성공하지 못하며 도망하여도 면치 못할 것이니 망한 나라와 같은데 어찌 다시 백성들에게 해독을 남기겠는가?
이현도는 일찍이 이밀을 섬기며 기실(記室)이 되었는데, 이밀이 패배하여 관속들이 왕세충의 포로가 되니, 죽을까 두려워하여 모두가 새벽이 될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홀로 이현도만은 자고 일어나는 것이 태연자약하였는데, 말하였다. "죽고 사는 것은 명(命)에 달려 있는 것인데, 걱정한다고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리들이 그의 견식과 담량에 탄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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