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견이 밤중에 태사(太史) 중대부 유계재(庾季才)를 불러서 물었다. "나는 용렬하지만 텅 빈 마음으로 이 고명을 받았소. 하늘의 때와 사람이 할 일에 대하여 경은 어떠하다고 생각하오?"유계재가 말하였다. "하늘의 도는 자세하고도 미묘하여 뜻을 살피기가 어렵습니다. 가만히 생각건대 사람이 할 일을 가지고서 그것을 점친다면 부명(符命)의 징조는 이미 정해졌습니다.
옛날에 원소(袁紹)·유표(劉表)·왕릉(王?)·제갈탄(諸葛誕)은 모두 한 시대의 영웅호걸이어서 중요한 지역을 점거하고 강한 군사를 거느렸지만, 그러나 공업(功業)을 성취하지 못하자 재앙이 뒤쫓아 이르지 않았던 것은 정말로 위(魏)와 진(晉, 사마씨)이 천자를 끼고 경도(京都)를 보존하고 크게 순리에 의지하는 것을 가지고서 명분으로 삼은 것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