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시장은 전통 사회의 제도와 장치들을 전복하는 위험한 것이라고 여겨진 것일까? 상업에는 경계선이 없게 마련이며(시장은 어떤 의미에서 모두 세계시장이다), 이는 지역적 · 국지적 통제 시스템을 위협하게 된다. 시장은 농노와 노예, 소수민족, 젊은이, 여성 등 온갖 피지배자들에게 여차하면 도망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원거리 무역 상인들의 권력이 지방 권력을 가진 지배자들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았다.
- P50

‘형식론 대 실체론‘이란 곧 다음 두 가지 이론적 입장 가운데 어떤 쪽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보편적으로 유효한 것이며 따라서 여러 원 시사회에도 대략 적용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정통 경제학 특히 미시경제학의 기존 모델들을 그냥 취할 것이냐, 아니면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역사적 사회들과 인류학의 지성사에 좀 더 적절한 새 분석을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말하자면, 비즈니스 관점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모종의 무화 연구의 관점을 취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형식론의 방법은 원시 경제들을 아직 발달이 덜 되어 있을 뿐 우리의 경제와 동일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반면 실체론은 원칙적으로 여러 다른 사회의 이런저런 차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이다 (Sahlins 1974 xixii).
- P106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란 소외, 거리감, 비인격적 사회, 바깥 같은 개념을 표상하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장소(시장이라는 것)에 뿌리를 두는 존재이다. 뚜렷하게 화폐가 없는 온갖 관계야말로 인격적 통합과 자유로운 결합 그리고 우리가 친숙한 것으로 여기는 안쪽(가정)의 모델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두 가지 영역의 분리가 결코 완결되지 않았으며, 가정경제의 소비 또한 화폐 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탓에 상황은 끝없이 더 복잡해지고 만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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