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든 화폐경제 사회에는 상대적으로 독자적이지만 상호 의존적인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하며, 따라서 화폐경제는 저 신화에나 나오는 물물교환의 ‘실물‘ 경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 두 측면 사이의 적대적인 상호의존이야말로 자본주의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주요한 원천이다. 기술혁신이 벌어진다고 해도 이것이 사회적 역동성으로 이어지려면 반드시 알 수 없는 미래를 두고 투기를 벌이는 이들에 의해 자금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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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는 사회적 기술 가운데에서도 가장 강력한 기술이지만, 이를 생산하고 통제하는 것은 특정한 화폐적 이해 집단들이며 또한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것이기도 하다. 그 결과 화폐시장이 그 가장 중요한 부채(국가 부채)의 신용도를 판단할 때, 중앙은행가들 및 그 전문가 위원회가 공표하는 말들이 가장 중요한 신호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화폐시장이 내리는 신용도의 판단으로 장기 국채의 이자율이 확립되며, 이 장기 국채 이자율을 기준으로 삼아서 자본주의의 나머지 모든 영역들이 의지하게 되는 온갖 종류의 이자율들이 결정된다. 요컨대 나는 정통 경제학 이론이 이 두측면들 사이의 현실적 관계를 거꾸로 역전시켜 버린 것이라고 본다. - P419